"고위관료와 엘리트에게 4세대 권력 승계 암시""김정은, 건강문제 때문에 김주애 공개했을 수도"
  • ▲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17일 광명성절을 기념해 진행된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사이의 체육 경기를 관람했다고 18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 김여정(빨간원) 노동당 부부장과 경기를 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17일 광명성절을 기념해 진행된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사이의 체육 경기를 관람했다고 18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 김여정(빨간원) 노동당 부부장과 경기를 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아내 리설주 사이에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수개월 내에 북한의 정치지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전직 북한 외교관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1991년 귀순한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1일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김주애가 공개된 뒤 김여정이 밀려났다"며 "김여정과 리설주 사이에서 모종의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있는 지인들과 여전히 연락하고 있다는 고 전 부원장은 "김여정이 정권의 중심부에서 김정은의 최측근으로서 많은 업무를 수행했고, 리설주는 아직 자녀들(2010년생, 2017년생)이 매우 어린 상황에서 김여정이 과하게 적극적이라는 점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김주애가 공개되기 전까지 김여정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자리까지 올라 대외업무의 선봉에 서면서 북한 안팎에서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고 전 부원장은 김주애를 대중에 공개하기까지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증거로 김기남 전 선전선동부장과 김여정 사이에 벌어진 언쟁설을 언급했다. 

    김기남은 김일성부터 김정은까지 3대에 걸친 '선전선동의 대부'이자 '북한의 괴벨스'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김여정이 "소리 지르며 서류를 던지고 매우 화를 냈다"는 소문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돌고 있다는 것이다. 

    고 전 부원장은 김주애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 주목했다. 

    이전까지 김주애의 존재는 정보기관 보고서와 2013년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의 입이 유일한 증거였다. 이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김주애의 존재감은 김정은의 대중 메시지에서 점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김여정의 모습은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서도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다. 지난달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리설주와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레드카펫을 통해 입장하고 중앙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뒷줄 구석에 앉은 김여정의 모습은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고 전 부원장은 "모든 한국인이 이 장면을 봤다"며 "이는 김여정이 김주애에게 밀리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고 전 부원장은 김정은이 김주애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고위관료와 군부 엘리트들에게 4세대 권력 승계를 암시하는 한편, 딸을 사랑하고 나라의 미래를 보살피는 '아빠'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보여 주려는 의도이기도 하고, 김정은이 건강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고 전 부원장은 "김정은이 김주애를 미사일·실탄 발사 현장 등 군사행사에 동행하고 나타나는 것은 미래에 핵무기를 물려주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드러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