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박지원, 원훈석 교체 건으로 서울경찰청에 수사의뢰"박지원, 원훈은 文연설 문구로 글씨체는 '신영복체'로 바꿔신영복, 북한 연계 지하당 통혁당 사건으로 20년 간 복역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6월, 국가정보원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등 참석자들과 원훈석을 제막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6월, 국가정보원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등 참석자들과 원훈석을 제막하고 있다. ⓒ뉴시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직권 남용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국정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 원훈석을 '신영복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18일 "박 전 원장을 국정원의 원훈석 교체 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수사의뢰 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된 상태로, 경찰은 박 전 원장을 입건 전 조사(내사)하고 있다.

    국정원은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안팎에서는 박 전 원장이 원훈석 교체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 6월 국정원장이던 박 전 원장은 국정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원훈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이 원훈을 새긴 국정원 중앙에 놓인 원훈석의 글씨체를 '신영복체'로 바꿨다.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는 1968년 북한과 연계된 지하당 조직인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이를 두고 국정원 내부에서는 국가 정보와 대북 첩보를 담당하는 국정원의 원훈석을 국가보안법 사범이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변경된 원훈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새로 지은 원훈인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은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원을 방문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 바로 국정원의 본령"이라고 한 데서 따온 문구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정보기관이 특정 정권의 대통령 연설 문구를 원훈으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국정원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지난해 6월 원훈을 초대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복원했다. 해당 원훈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61년 창설됐을 당시 초대 중앙정보부장인 김종필 전 총리가 지은 것으로 이후 37년간 사용됐다. 원훈석도 국정원 보관소에 있던 옛 원훈석을 꺼내 국정원 중앙에 재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