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자료와 다른 허위사실 기재… 국민 기망했다""'경영상 치부' 가리려 영업이익 수치 부풀려 지원"
  • ▲ 박성제 MBC 사장. ⓒ연합뉴스
    ▲ 박성제 MBC 사장. ⓒ연합뉴스
    '연임'을 노리고 있는 박성제 MBC 사장이 자신의 경영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영업이익을 부풀려 지원했다는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가 "박성제 사장의 해명과, 박 사장의 허위기재 지원서를 묵인한 방문진 이사회를 보면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던 중국 진나라 신하들이 연상됐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13일 '박성제의 MBC 사장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펜앤드마이크에 기고문을 낸 김 이사는 "지난주 박성제 MBC 사장이 보도 자료를 통해 차기 사장 지원서에 영업이익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필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반박했다"며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과 구분되는 '실제 영업이익'은 자신이 기재한 수치가 맞다는 얘기였다"고 거론했다.

    "박 사장의 해명을 보면서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고 말한 김 이사는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온 얘기인데,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함부로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진시황 사후 권력을 장악한 환관 조고(趙高)가 진시황의 맏아들 부소를 자결하게 만들고, 그 동생인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 다음 호해마저 허수아비로 만들었는데, 그때 사용한 수법이 바로 '지록위마'였다"고 소개한 김 이사는 "어느 날 조고가 허수아비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이라고 했는데, 황제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라고 말하자, 조고의 권력에 겁을 먹은 주위 신하들은 모두 말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이에 호해는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해 정사에서 손을 뗐고, 이후 진나라는 15년 만에 멸망하면서 중국 최단명 왕조가 되고 말았다"며 작금의 MBC 상황이 암담했던 진나라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다.

    방문진 이사들, '지록위마' 진나라 신하들과 뭐가 다른가?

    김 이사가 MBC와 MBC 대주주 방문진의 행태가 '지록위마' 같다고 주장한 이유는 영업이익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뺀 금액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방문진 이사들이 박 사장의 지원서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실제 영업이익'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묵과했다는 점 때문이다.

    김 이사는 "2021년 8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현재의 방문진 이사들은 2021 사업연도 결산을 필자와 같이 보고받았다"며 "2022년 3월 22일 당시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MBC 경영본부장은 '매출액은 7775억원, 매출원가는 5302억원, 판관비는 1789억원, 영업이익은 684억원'이라고 2021 사업연도 결산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해 방문진 출연금은 121억원이었는데, '방문진 출연금은 판관비에 포함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앞선 2020 사업연도 결산 보고 때에도 MBC 경영본부장이 방문진 기금으로 지급한 7억원을 판관비에 포함한 사실을 언급한 김 이사는 "박 사장도 부인하지 못했듯이,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뺀 것인데, 지난 7일 이 점을 필자가 지적했을 때 방문진 이사들은 2021년 영업이익이 1090억원이라고 적은 박 사장의 지원서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박 사장은 대표이사 지원서에 자신이 사장으로 재임하던 2020년 240억원, 2021년 1090억원, 2022년 8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썼다"며 "이 같은 MBC의 영업이익을 자신의 업적이자 연임에 지원한 동기라고 기재했다"고 거론했다.

    이에 "필자는 2022년의 경우 아직 결산이 완료되기 전이어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2020년 영업이익은 40억원이고, 2021년에는 684억원이었다고 지적한 뒤 박 사장이 영업이익을 허위로 기재해 방문진의 공정한 사장 선임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박 사장을 후보에서 실격 처리하고 나머지 12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MBC는 노사 합의에 따라 20% 정도를 초과이익배분금(PS), 15%를 방문진 기금, 그리고 또 복지기금으로 적립하게 돼 있는데, 저는 그것을 빼기 전 영업이익을 적었다'며 자신이 기재한 수치가 영업이익이 맞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방문진 이사들 역시 이를 문제삼지 않고 넘어갔다"고 김 이사는 지적했다.

    김 이사는 "박 사장의 해명은 그가 영업이익 수치를 잘못 기억했거나 오타를 낸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수치를 부풀린 것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며 이후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도 박 사장은 동일한 내용으로 해명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후보자의 면면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평가단에게는 사전 배포되는 지원서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방문진은 사장후보 지원자로부터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선임 취소 등 일체의 불이익을 감수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자필 서명을 받았다"면서 "이런 내용을 잘 아는 박 사장이 영업이익 수치를 왜곡한 것에 대해서는 지원서에 명시한 것처럼 선임 취소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제 사장이 영업이익을 부풀린 이유

    김 이사는 "아마도 박 사장이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영업이익을 부풀렸을 것"이라며 박 사장이 숨기고픈 '아킬레스 건'은 MBC가 2017~2021년 지상파 4채널 중 '핵심시간대 가구시청률'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기록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MBC는 언론노조의 전면파업이 있었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지상파 4채널 중 '핵심시간대 가구시청률' 4위를 벗어나지 못 했다.

    그 결과 2017년 564억원, 2018년 1236억원, 2019년 965억원이라는 막대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불과 3년 사이에 27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적자가 누적된 것.

    최승호 전 MBC 사장은 이 같은 영업적자에 발목이 잡혀 연임 포기 선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3월 취임한 박 사장이 영업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드라마 제작 축소 등 제작비 감축이었다"고 상기한 김 이사는 "박 사장이 '실제 영업이익'이라는 해괴한 개념을 제시한 것은 영업이익 수치를 불림으로써, 2020~2021년 MBC의 콘텐츠 경쟁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착시효과를 불러 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백보 양보해서, 만약 박 사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 영업이익'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치면, 240억원의 '실제 영업이익'을 기록한 공영방송 MBC가 직접제작비를 전년에 비해 580억원이나 삭감한 것은 엄청난 비난을 받을 행위"라고 주장한 김 이사는 "2021년에도 '실제 영업이익'이 1090억원이나 되는데, 직접제작비를 2020년에 비해 다시 185억원이나 삭감한 것은, 박 사장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생생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에게 보답하지 않고, 프로그램 제작비에 투입할 돈을 근로복지기금이나 초과이익배분에 돌렸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연임 지원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하는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한 사유로도 박 사장의 후보 자격은 박탈돼야 마땅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