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인 이사 "박성제, 경영 치부 숨기려 허위기재"MBC노조 "비용을 영업이익에 포함‥ 성과로 포장"임응수 변호사 "法, 가처분인용 가능성 높아 보여"
  • ▲ 방송문화진흥회 여권 추천 이사들과 MBC노조(3노조) 등이 법원에 MBC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성진 기자
    ▲ 방송문화진흥회 여권 추천 이사들과 MBC노조(3노조) 등이 법원에 MBC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성진 기자
    '연임'을 노리고 있는 박성제 MBC 사장이 자신의 경영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재임 기간 MBC의 영업이익을 부풀려 허위기재했다는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등의 주장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MBC노동조합(비상대책위원장 오정환·강명일)은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MBC 대표이사 선임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내고, 현재 진행 중인 MBC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 원점에서 재시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는 MBC노동조합(3노조)을 비롯해 김도인·지성우 방문진 이사, MBC 차기 사장 공모에 지원했던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 이재명 전 MBC 디지털기술국장, 조창호 전 MBC 시사제작국장 등이 소송 당사자로 참여했다.

    MBC노조 등 소송인단은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박성제 사장후보는 '대규모 연속 적자였던 경영 상태를 취임 첫해부터 바로 흑자로 전환시켰다'면서 '영업이익의 경우 2020년 240억원, 2021년 1090억원, 2022년 84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원서에 적어 냈으나, MBC가 결산주총을 통해 공시한 2020년 영업이익은 40억원, 2021년 영업이익은 684억원으로 큰 차이가 있다"며 "박 사장이 2020년 수치는 6배, 2021년 수치는 1.6배 영업이익을 부풀려 기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의 허위기재 의혹을 처음으로 거론한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영업이익이 총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 및 관리비를 뺀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 모두가 공유하는 공리의 영역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박 사장이 '실제 영업이익'이라는 해괴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영업이익을 부풀린 것은, 2020년과 2021년 '핵심시간대 가구시청률 4위'라는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영업이익 수치를 불림으로써, 그 기간 중 MBC의 콘텐츠 경쟁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착시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송대리인인 임응수 변호사는 "확정된 영업이익 수치를 다르게 기재한 것은 중대한 하자이기 때문에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사장후보자 3인에 대한 시민평가단 회의가 열리는 2월 18일 전에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것을 기대했다.

    MBC노조는 "박 사장은 본인이 최종 승인한, 영업이익이 적혀 있는 2020~2021년 재무제표를 익년 1~2월 감사에게 전달하고, 감사의 주총 결산보고를 통해 3월경 영업이익을 확정해왔다"며 "이러한 과정에 박 사장의 공식적인 결재가 없을 수 없으므로, 본인이 공식적인 영업이익 수치를 몰랐다고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MBC노조는 박 사장이 사장 지원서에 적어낸 "2020년 영업이익 240억원, 2021년 영업이익 1090억원"이라는 수치는 공식적인 영업이익이 아니라, MBC의 영업 성과를 연말에 가결산한 수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수치는 노사합의에 따라 사내 '근로복지기금'의 산정과 직원에게 분배되는 PS(위 수치의 20%), 즉 성과분배금의 기준이 될 뿐"이라고 주장한 MBC노조는 "이는 종국적으로 손익계산서에서는 영업비용(인건비)으로 분류되는 항목들이므로, 사내 노사관계에서나 통용되는 일시적이고 편의적인 개념에 불과한 것인데, 이를 공식적인 사장 공모 지원서에 적어내 본인의 경영 성과를 부풀리고 공모 심의에 임하는 방문진 이사들의 혼동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줄 임금(비용)을 영업이익에 포함시켜 '본인의 성과'로 부풀린 것이라고 강조한 MBC노조는 "근로복지기금과 직원 PS를 공제한 MBC 영업 성과의 15%를 방문진에 내는 '방문진 출연금' 역시, 법으로 정해 영업이익이 나면 내야하는 공과금과 유사한 비용이므로, 영업비용으로 회계처리돼왔다"고 해석했다.

    이에 "'방문진 출연금도 영업이익에 포함된다'는 박 사장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한 MBC노조는 "상법상 주식회사의 회계기준에서 인건비에 해당하는 직원 PS와 사내복지기금 출연, 그리고 공과금에 해당하는 방문진 출연금은 모두 영업비용으로 분류되며 이를 영업이익으로 공시하는 일은 심각한 회계부정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다시 말해 노사관계상 PS 지급이나 각종 출연금 산정을 위해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영업이익 개념을 사용할 수 있으나, 이를 공식적인 공시자료나 외부공표자료에 사용할 수는 없다"며 "이를 잘 알고 있는 박 사장이 자신의 사장 공모 지원서에 이를 적어낸 것은 숫자를 기억하기 어려운 사람의 일반적인 습성을 악용해 방문진 이사들을 혼동시키고, 이러한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는 외부 시민평가단을 기망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더욱이 영업이익은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에서 비용을 공제해 남은 잉여금으로 차후 주주배당, 사내유보, 투자금으로 활용되는 돈을 의미하므로, 이 기준에 따르더라도 영업이익에 인건비인 직원 PS나 방문진 출연금 등은 포함될 수 없다고 MBC노조는 설명했다.

    또 MBC노조는 "기업 상장회사들도 잠정 영업이익과 확정 영업이익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동일한 회계기준에 의거해 직원 PS나 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을 제외한 수치를 발표하는 것"이라며 "잠정치와 확정치의 회계 항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MBC노조는 "지난 7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도인 이사가 박 사장의 지원서 허위기재 사실을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다수결을 통해 박 사장의 영업이익 개념을 받아들여 문제삼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결과적으로 방문진이 부정한 허위기재를 통한 MBC 사장 선임 절차를 강행하려는 위법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MBC노조는 "박 사장이 허위기재 사유로 사장후보 자격이 박탈될 경우 허태정·안형준 두 후보만 시민평가단 150명의 평가를 받게 된다"며 "시민평가를 통해 1명의 후보가 탈락하면 결과적으로 방문진이 아닌 시민평가단이 MBC의 사장후보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1987년 극심한 여·야 갈등을 겪던 국회가 헌법적 합의를 통해 여·야 추천 이사로 구성된 방문진에 MBC 사장 선임을 전담시킨 사실을 되짚은 MBC노조는 "이러한 법률상 위임 사무를 국회의 법률 변경 없이 시민평가단에 넘길 수는 없다"며 "시민평가단이 MBC의 사장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방문진이 의결을 통해 박 사장의 허위사실 기재 행위를 눈감아주기로 한 이상 방문진이 진행하는 사장 공모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업무방해죄 고발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부디 MBC에 정직하고 양심적인 CEO가 선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사장 선임 절차 중지를 요청하는 MBC노조 등의 움직임과 관련, 방문진은 공식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1차 면접심사를 통과한 박 사장과 안형준 MBC 메가MBC추진단 부장, 허태정 MBC 콘텐츠협력2팀 부장 등 사장후보 3명은 오는 18일 시민평가단이 참여하는 정책발표회에 참석한다.

    방문진은 오는 21일 정기이사회에서 시민평가단이 선정한 2명의 후보자 가운데 1명을 사장 내정자로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