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3번째 노미네이트… 샘 스미스 등에게 밀려 '고배''팝의 여제' 비욘세, 4관왕‥ 32번째 '그라모폰' 들어올려
  • 케이팝(K-POP)의 선두 주자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또다시 본상 수상에 실패했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후보에 올라 기대감을 높였던 방탄소년단은 샘 스미스(Sam Smith)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에게 밀려 올해 역시 수상 목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Billboard Music Awards)',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와 함께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는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대중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국 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s)'가 1959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시상식이다.

    전 세계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이자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가진 시상식으로 여겨지는 '그래미 어워즈'는 대중의 인기나 상업적 성과를 크게 반영하는 여타 시상식과는 달리 철저히 '음악적 완성도'로만 수상자를 가려, 미국 뮤지션들에게도 벽이 높은 시상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때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비백인이나 아시아 등 비영어권 음악에 배타적이었던 '그래미 어워즈'는 흑인 뮤지션들이 팝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이후부터 수상자를 고르게 안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뮤지션들에 대한 홀대는 여전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케이팝'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뮤직으로 부상했음에도 불구, 케이팝 가수들은 수상은커녕 시상자로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 그런 가운데 한국의 방탄소년단이 2019년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 시상자로 참석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는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 이후 글로벌 팬덤이 형성된 것과 무관치 않았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결성된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A.R.M.Y)는 대중음악계의 판도를 좌우하는 미국 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방탄소년단 앨범의 빌보드 차트 순위를 한없이 끌어올렸다.

    음반·음원 판매 실적이 쌓이고,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트는 횟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상업성을 높이 반영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방탄소년단을 후보에 올리거나 수상자로 꼽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2017년부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2018년부터 매년 방탄소년단에게 본상을 수여하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반면 '그래미 어워즈'는 방탄소년단이 아무리 앨범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끝내 수상 후보로 지명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 내에서 "그래미만 시대에 뒤쳐졌다"는 따가운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고,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OSCAR)'과 함께 '그래미 어워즈'의 '배타성'을 꼬집는 칼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그래미 어워즈'는 2021년 '제63회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을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 / Group Performance)' 후보에 올리며 빗장을 풀었다.

    2020년 '제62회 시상식'에서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은 이듬해 열린 시상식에선 단독 공연까지 펼치며 명실공히 '그래미 어워즈'가 인정한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열린 '제64회 시상식'에서도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올해 시상식에선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는 물론, '베스트 뮤직비디오(Best Music Video)' 부문까지 후보에 올라 팬들을 흥분시켰다.

    또한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수록된 콜드플레이(Coldplay)의 9집 앨범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가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후보에 오르면서 피처링 가수인 제이홉과 RM, 슈가가 함께 등재되는 영예도 안았다.

    하지만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스(Kim Petras)의 언홀리(Unholy)가 수상하며 방탄소년단은 또다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미 어워즈' 4대 본상 중 하나인 '올해의 앨범' 트로피는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에게 돌아갔다.
  • 총 80개가 넘는 부문을 시상하는 '그래미 어워즈'에서 종전까지 가장 많이 본상을 수상한 뮤지션은 무려 31차례 트로피를 들어올린 헝가리 출신 지휘자 고(故) 게오르크 솔티(Georg Solti)였다.

    하지만 올해 주인공이 바뀌었다. 이 시대 최고의 디바로 불리는 비욘세(Beyoncé)가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LA 크립토닷컴 아레나(Crypto.com Arena)에서 열린 '제6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누적 32개 상을 수상한 그래미의 여왕이 된 것.

    이번 시상식을 앞두고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최다 부문 후보 지명'의 역사를 썼던 비욘세는 사전 시상에서 '브레이크 마이 소울(Break My Soul)'로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뮤직 레코딩(Best Dance / electronic Music Recording)'을, '플라스틱 오프 더 소파(Plastic Off the Sofa)'로 '최우수 트래디셔널 알앤비 퍼포먼스(Best Traditional R&B Performance)'를 수상했다. 본식에서는 '커프 잇(CUFF IT)'으로 '최우수 알앤비 송(Best R&B Song)'을, 앨범 '르네상스(RENAISSANCE)'로 '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닉 뮤직 앨범(Best Dance/electronic Music Album)'을 수상했다.
  • 아쉽게도 방탄소년단은 3년째 수상 후보에 머물렀으나, 보수적인 '그래미 어워즈'의 문턱을 넘은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시아 가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 시상식에 방탄소년단이 3년 연속 수상 후보로 초청받고 단독 공연까지 펼쳤다는 건, 방탄소년단이 미국 현지 음악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올해에도 '그래미 어워즈'에서 고배를 마신 건 '역량'이나 '인기'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미국 대중음악 전문가들의 '시야'에 온전히 들어오지 못한 탓이 크다.

    지금처럼 해외 공연과 더불어 현지 매스컴에 꾸준히 노출되다 보면 언젠가는 비욘세처럼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다관왕에 오를 날이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는 게 대중음악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사진 제공 = 빅히트 뮤직 / 소니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