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기한… 기존 8일에서 15일로 연기"주말까지 대안 제시 시 적극 검토"… 유가족 "철거 명분 없어"
  • 5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서성진 인턴기자
    ▲ 5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서성진 인턴기자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이 서울광장 앞에 기습설치한 분향소 철거 기한을 일주일 뒤인 15일까지 미루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기존에 제안한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추모공간 수용 여부와 유가족 측이 생각하는 추모공간 대안을 12일까지 제시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시에 아무런 통보 없이 기습, 무단 설치한 시설물 철거는 행정집행기관으로 지극히 마땅한 조치다. 그러나 시는 유가족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고 있기에 이 문제를 다른 사안처럼 다루지는 않겠다"며 철거 기한 연장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일주일 연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출발해 세종대로로 추모행진을 진행하던 중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에 서울시는 당일과 6일 두 차례 계고장을 보내 자진철거를 촉구했다. 2차 계고장에는 8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 부시장은 "추모공간과 관련해 유가족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고 현장과 가까운 이태원 인근의 공공건물을 찾아 달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용산구청 내부와 녹사평역 내부를 요구했다"며 "시는 용산구청에는 적절한 장소가 없어서 가장 안정되고 시설이 잘 돼 있는 녹사평 역사를 제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 부시장은 "그러나 갑자기 참사 100일 추모제 직전에 광화문광장 세종로공원에 시민분향소 설치를 요청했고, 시는 규정상 불가함을 통보했다"며 "이후 유가족 측은 아무런 소통 없이 4일 서울광장에 무단, 기습, 불법적으로 추모공간을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느닷없이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 배경 알 수 없어"

    오 부시장은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유가족 측이 우리가 이미 제안한 녹사평 역사 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말씀해 주신다면 우리가 적극 추진하겠다"며 "또 녹사평역 외에 선호하는 공간이 있다면, 주말까지 제안해 준다면 그 또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오 부시장은 "느닷없이 광화문광장·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무척 당황스럽다"며 "100일 추모제를 기점으로 이런 식으로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배경이 뭔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자진철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 서울시와 대립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6일 "분향소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 감정에서 비롯된 관혼상제(冠婚喪祭)로, 헌법과 법률로 보호받는다"며 "서울시는 과거 여러 차례 분향소 설치가 규제 대상이 아닌 관혼상제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명령할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분향소는 애초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던 자리 인근에 더 작은 규모로 설치돼 통행에 문제가 없다"며 "불특정 시민의 자유로운 사용이 방해될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일 뿐"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