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문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자 페트렌코와 녹음
  • ▲ 26일 새 음반 '바버, 브루흐'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마스트미디어
    ▲ 26일 새 음반 '바버, 브루흐'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마스트미디어
    "제게 매우 소중하고 가까운 곡들이에요. 브루흐 협주곡 1번은 어릴 때부터 사랑했던 곡이라 꼭 녹음하고 싶었어요. 바버 협주곡은 최근 알게 됐는데 배울 때부터 친숙했어요. 브루흐가 28살, 바버가 29살에 작곡한 곡인데 지금 제 나이와 어울리죠. 곡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저 자신에 대한 감정 표현을 많이 담았어요."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9)가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세 번째 솔로앨범 '바버, 브루흐'를 발표했다. 6년 만에 발매하는 음반으로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사무엘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앙리 비외탕 '아메리카의 추억'이 수록됐다.

    새 앨범은 2018년 상주음악가로 활약했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상임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와 함께했다. 그래미상을 10번 이상 수상한 크리스토퍼 알더가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런던 헨리 우드 홀과 왓퍼드 콜로세움에서 녹음했다.

    에스더 유는 지난 26일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페트렌코는 오랫동안 존경한 마에스트로예요. 음반 작업을 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음악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에너지와 유머가 넘치세요. 창문도 없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힘들었지만 그가 분위기를 많이 띄워줘서 즐겁게 녹음할 수 있었어요"라고 밝혔다.

    바실리 페트렌코는 사전영상 인터뷰를 통해 "바버와 브루흐 협주곡은 20세기 낭만주의 시대가 낳은 걸작이다. 바버 협주곡은 드라마틱하지만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며 "로열필하모닉은 에스더 유와 수많은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고 또 녹음하고 싶다"고 전했다.

    199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에스더 유는 피아노를 전공한 할머니와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 부모의 영향을 받아 4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6살 때 가족과 함께 벨기에 브뤼셀로 이주해 공부하다 일반 국제학교를 거쳐 독일 뮌헨 음대로 진학했다.
  • ▲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새 앨범 '바버, 브루흐'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비외탕의 '아메리카의 추억' 중 '양키 두들'을 연주하고 있다.ⓒ마스트미디어
    ▲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새 앨범 '바버, 브루흐'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비외탕의 '아메리카의 추억' 중 '양키 두들'을 연주하고 있다.ⓒ마스트미디어
    2006년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 주니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시벨리우스 콩쿠르(3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4위)에 모두 최연소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4∼2016년 한국계 최초로 BBC 선정 신세대 예술인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엔 영국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OST를 녹음해 발표하기도 했다.

    에스더는 "바이올린을 너무 하고 싶어서 뉴욕 스즈키 스쿨에 다녔어요. 부모님과 함께 와서 음악을 배우는 학교였는데,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셔서 예외적으로 혼자 다녔죠. 제 레슨이 끝난 뒤에도 다른 학생들의 연주를 보며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이름이 '지연'이다. 아무리 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저는 한국인입니다. 처음으로 배운 언어가 한국어였고, 집에서도 한국말을 써요. 외국 학교에 다닐 때는 부모님이 밥과 계란말이 등 도시락을 싸줬어요.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때 한국인임을 느껴요"라며 웃었다.

    에스더 유는 고(故) 로린 마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클래식음악 전문지 스트라드는 "이 시대 바이올린 독주자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다. 그녀의 연주는 명확하면서 독창적이며 지성적인 표현을 구사기 때문에 기교를 앞세우는 연주자와 격을 달리한다"고 평했다.

    에스더 유는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최수열 지휘)의 신년음악회에 협연자로 나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이후 타이, 독일, 콜롬비아, 영국 등에서 협연과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으며, 가을에는 호주 멜버른 심포니·뉴질랜드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한국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 리사이틀을 열고 싶어요.나이가 들면서 배움과 체험이 많아지고 감정이 더 깊어지는데, 이를 음악에 담고 표현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다양한 음악가들과 작업하고 도전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