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하면 깨끗하게 조사 받아라"… 민주당 비명계 '이재명 검찰 출석'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자 당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친명(친이재명)계는 검찰 소환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다.

비명계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23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이 결백하다면 검찰에 출석해 밝혀야 한다"며 "이것보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검찰이 지금 차근차근 올라오는 것 같다"며 "이 대표가 꼼짝 못할 쌍방울그룹 관련 의혹을 마지막에 터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네이버와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 하여금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그 대가로 기업들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대표에게 오는 28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이 대표 측은 지방 일정을 이유로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죄가 없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가서 깨끗이 조사 받고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검찰에 당당히 나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는 이 대표한테 털어도 먼지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혐의가 입증된 것이 없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 나가기를 원한다"며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YTN '뉴스큐'에 출연해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혐의에 대해 무고함을 밝히고자 나서야 된다"며 "검찰 입장에서야 당연히 실체적 진실과 또 책임이 있으면 형사처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목적이 있지 않나. 이 대표로서는 그 사건 내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 또한 검찰을 비판하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대표는) 소환에 불응할 것이다. 거기에 500원 걸어도 될 것"이라며 "(검찰이) 야당 대표를 소환 통보를 한 것은 시기적으로 아주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명계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의 공모나 혐의와 관련해 전혀 입증이 되지 못해서 대장동으로 부르지 못하고 과거에 묵혀 놨던, 5년 동안 수사하다가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 사건으로 다시 소환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대표가 오는 28일로 예정된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할지와 관련 "이미 28일에 지방 일정으로 광주·전남 민생현장 투어를 돌기로 공지한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검찰이 지난 9월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소환 통보를 했을 때에도 "엉뚱한 것 가지고 꼬투리 잡는다"며 서면조사 답변서만 제출했다.  

이 대표는 23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검찰 소환 통보와 관련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수사의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고 싸워 이기겠다"며 "윤석열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소환에 응할 거냐고 물을 것이 아니고,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이냐고 물어보라"고 반발했다. 사실상 검찰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를 겨냥 "본인 말대로 책임이 없으면 당당하게 밝히고 오면 되지, 당 전체가 동원돼 '야당 탄압이다' 이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짚었다.

주 원내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어느 FC(프로축구단) 후원금을 기업들이 이렇게 몇십억원씩 내는 경우가 있었나"라며 "용도변경을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면 이것은 제3자 뇌물수수"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두산건설이 45억원, 농협이 50억원, 네이버가 39억원, 분당차병원이 33억원, 현대백화점이 5억6000만원, 알파돔시티가 5억5000만원을 냈다. 합계 178억원"이라며 "이 기업들이 다른 곳에 이렇게 후원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도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검찰의 소환 통보가 본인에게 씌워져 있는 범죄 혐의를 씻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죄가 있으면 죗값을 치르고, 죄가 없으면 홀가분하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 의장은 아울러 이 대표가 '나를 죽인다고 무능함과 불공정함이 감춰지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도대체 누가 이재명을 죽인다는 것입니까? 이 대표는 언제나 자신은 떳떳하다고, 아무 죄도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국회의원에 제1당 야당 대표라는 '방탄벼슬'로 특권을 누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