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인사 위협-협박-폭행...강제 본국 송환 공작 아지트 노릇자유진영국가들, 조사 착수...한국도 대응 움직임
  • ▲ 중국 공안ⓒ픽사베이
    ▲ 중국 공안ⓒ픽사베이
    중국이 반체제 인사 감시와 송환을 위해 세계 53국에 경찰서를 불법 설치해 비밀리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도 중국 비밀 경찰서 1개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 비공식 경찰서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를 즉시 착수했다.

    중국 불법 경찰서, 53개국에서 비밀리 운영돼 …한국도 포함

    지난 4일 스페인 마드리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해외 비밀 경찰서 102개를 해외 53개국에서 비밀리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중국 해외 경찰서가 한국,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캐나다 밴쿠버·토론토, 이탈리아 밀라노·로마,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 측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비밀 경찰서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중국은 이런 시설을 확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립목적은 반체제인사 감시 및 괴롭히기 …비엔나 협약 위반 소지

    보고서는 중국의 해외 경찰서를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라고 지칭했다. 중국의 '110'은 한국의 '112'와 같은 범죄 신고 전화번호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110 서비스 스테이션' 설립 목적은 해외에 체류하는 반(反)체제 인사를 감시 및 괴롭히기 위함이고, 일부 경우에는 중국으로 송환시키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로라 하스(Laura Harth)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캠페인 담당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 분포해있는 중국 공산당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감시·협박·괴롭힘· 재갈물리기 시도가 점점 늘어난다. 만약 반정부 인사가 불복할 경우 중국 본토로 송환시키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중국 본토에 있는 친지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하기 시작한다. 반체제 인사가 중국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 특수 공작원을 투입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파리에 소재한 중국 비밀 경찰서에 의해 한 중국인이 중국 본토로 강제송환된 혐의에 대해 프랑스 행정부 장관이 함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도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과 세르비아 등에 거주하던 중국인이 해외 경찰서 비밀 공작원들의 협박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갔고, 네덜란드에 사는 중국인도 올해 초 비밀 공작원들에게서 "중국에 있는 부모를 생각하라"는 협박성 경고를 들은 사실을 폭로했다. 

    즉, 중국 해외 경찰서는 중국 공산당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협박해 귀국을 강요하는 설득 공작 거점인 셈이다.

    중국 당국, 행정적 도움을 위한 장소라 해명 …"코로나19 발발 전 이탈리아에 설립"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설들(해외 불법 경찰서)은 외국에 사는 중국인 운전면허 갱신이나 여권 재발급 같은 서류 작업에 행정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중국 공안은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공서들이 문을 닫아 어려움을 겪는 중국인이 많아 이 같은 시설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해외 불법 경찰서를 설치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발발 몇 년 전이다. 예컨대 윈저우 공안국은 2016년 5월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 경찰서를 시범 설치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중국 신화통신이 2018년 이탈리아 로마에 중국 해외경찰서가 개설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게다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외교사무는 현지 정부에 의해 인정된 각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만 제공될 수 있다. 따라서 무허가 경찰센터는 비엔나 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

    또 상대국의 허가 없이 경찰센터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주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실태파악 나선 자유민주주의국가들

    이 때문에 중국 불법 경찰서가 운영되고 있는 일부 국가들은 불쾌해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이탈리아, 캐나다, 오스트리아, 칠레, 체코, 포르투갈, 스웨덴, 스페인, 나이지리아,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14개국은 중국 해외 경찰서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에는 중국 불법 경찰서 뿐만 아니라 홍콩 시위대를 폭행한 중국 총영사관 직원들도 영국 경찰 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0월 홍콩 시위대는 주맨체스터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반중국, 반시진핑 시위를 벌였다. 이에 중국 총영사관 직원들은 시위대를 총영사관 경내로 끌고가서 폭행했다. 

    이 문제는 곧 중국-영국 외교문제로 비화됐고,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중국총영사관 직원들에게 외교관 면책 특권을 포기하고 경찰조사를 14일까지 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중국총영사관 직원들은 이날 경찰 조사 대신 중국으로 출국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11월 1일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 설치된 중국 해외 경찰서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폐쇄를 명령했다. 아일랜드도 "경찰서 설치 허가 요청 받은 적이 없다"며 즉각 업무를 중단하고 폐쇄하라고 중국 대사관에 통보했다.

    캐나다 정부는 중국 대사를 소환해 항의를 하기까지 했다. 웰던 앱 캐나다 외교부 동북아시아 국장은 중국 대사를 소환해 "중국 측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중국의 해외 경찰서에 강경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국장은 지난 10월 "중국 정부가 불법으로 경찰서를 뉴욕에 운영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도 군·경찰의 방첩 조직과 외교부 등 관련 정부 부처를 동원해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실태 파악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