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슬리퍼에 팔짱 끼고 삿대질… 예의 상실해"김종혁 "기자라기보다, 주총장 망가뜨릴 총회꾼 같아"
  • ▲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페이스북 캡처.
    ▲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 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인 MBC 기자가 당시 구두나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회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MBC노동조합(3노조)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 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자, 이OO 기자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예요?" "아니 영상이 있는데 왜 그걸 부정해요?"라며 큰 소리로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문답을 끝내고 들어가는 대통령의 뒤로 이 같은 항의가 이어지자, 현장에 있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들어가시는 분한테 그렇게 대고 말하면 어떡하냐, 예의가 없다'는 취지로 비판하면서 MBC 기자와 말다툼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모 기자가 대통령이 말한 '가짜뉴스'와 '악의적 보도'의 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어, 이를 대통령이 명확하게 지적하자 흥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도어스테핑 기자회견장은 한 나라의 대통령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의 정중한 대화의 장이 되어야 할 곳"이라고 강조한 MBC노조는 "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끼고 나와, 대통령실 비서관과 삿대질을 동반한 설전을 벌이거나 옥신각신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정치, 외교, 안보, 민생, 복지와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한 차분한 논의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품격있는 복장과 차분한 어조로 국민 앞에 나서야 할 MBC 기자가 '장삼이사'처럼 삿대질을 하고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하는 장면을 노출시킴으로써 결국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들과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크게 훼손됐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 신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작심하고 대통령실과 MBC 간의 전면전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였다면, 그 후폭풍과 MBC 직원들에게 미칠 여파를 생각해볼 때 무책임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MBC 전체의 '명예'와 '품격'을 떨어뜨렸다"며 자숙 차원에서 이 기자에게 대통령실 출입 정지 조치를 내릴 것을 촉구한 MBC노조는 "국민을 대신한 모든 질문은 할 수 있으나, 회사의 입장에서 '가짜뉴스냐? 악의적이였느냐?'를 감정적으로 따지기 위해 도어스테핑 공간이 마련된 것은 아니"라고 성명을 마무리했다.

    "남대문 지게꾼 만나도 슬리퍼 신고 나가지 않아"

    여권에서도 이 기자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중앙일보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9일 도어스테핑 공간에서 포착된 MBC 기자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도어스테핑 때 대통령 뒤통수에 대고 소리 지르고 비서관과 고성으로 싸운 MBC 이모 기자가 슬리퍼 차림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대통령이 얘기할 때 잘 안 보이는 뒤쪽에 있으니 팔짱이야 뭐 낄 수 있겠지만, 슬리퍼를 신고 온 건 뭐라 해야할까"라며 "모든 공식 자리에는 그에 걸맞는 복장이 있다는, 이른바 '드레스코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하고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며 "그게 인간에 대한, 취재원에 대한 최소한의 얘기가 아닌가"라고 쏘아붙인 김 위원은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 주총장 망가뜨릴 기회를 찾고 있는 총회꾼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언론자유는 반드시 존중돼야 하지만, 언론의 책임과 기자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예의도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며 "기자는 깡패가 아니어야 하지 않나"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