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뭘 왜곡했나" "뭐가 악의적이냐" 따지자… 대통령실 ↔ MBC '고성' 충돌 대통령실 "가짜뉴스 근거로 백악관에 입장 요구… 이런 게 악의적" 추가 브리핑
  •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MBC와 정면충돌했다. 윤 대통령은 MBC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악의적인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단언했고,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과 언성을 높이며 갈등을 빚었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은 조치와 관련 "우리 국가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순방 기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는 도중 전용기에서 채널A와 CBS 기자를 따로 불러 사담을 나눈 것으로 논란을 빚은 데 따른 견해를 묻는 질문에 "제 개인적인 일이고 취재에 응한 것도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전용기는 공적인 곳 아니냐'는 추궁에 윤 대통령은 "다른 질문은 없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선택적 언론관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는 "자유롭게 비판하시길 바라고, 언론·국민 비판을 늘 받고 마음 열려 있다"면서도 "언론 자유도 중요하지만 책임도 민주주의 받드는 기둥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국민 안전과 관련했을 때 더 그렇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언론도 입법·사법·행정과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구"라며 "사법부가 사실과 다른 증거로 조작해서 판결할 경우 국민들이 '사법부는 독립기관이니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MBC가 무엇을 왜곡했느냐,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직후 윤 대통령의 '도어스태핑' 현장에 있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들어가시는 분한테 그렇게 대고 말하면 어떡하냐, 예의가 없다'는 등 취지로 비판하면서 MBC 기자와 거친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이 이어졌다.

    '질문 하라고 (도어스태핑을) 만든 것 아닌가' '질문도 못하나' 반말 하지 말라' '군사정권이냐' '이렇게 독재정권 하는 게 어디 있느냐'는  취지의 지적이 뒤따랐고, 이 비서관은 '말꼬리 잡지 말라' '보도를 잘하라'는 식으로 반박했다.

    대통령실과 MBC의 불편한 관계는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그리고 MBC의 날 선 갈등이 이어진 데 이어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0시55분 별도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겠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반복했다. 이게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 국회 앞에 미국이라는 말을 괄호 안에 넣어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방송을 했다. 이게 악의적"이라는 것이다.

    "MBC 미국 특파원이 가짜뉴스를 근거로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마치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한미동맹을 노골적으로 이간질했다. 이게 악의적"이라고 강조한 이 대변인은 "이런 부분들을 문제 삼자 MBC는 '어떤 해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또 거짓말을 했다. 이게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MBC는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대통령 부부와 정부 비판에 혈안이 돼 있다"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책임 있는 답변 요구에 따른 MBC의 무응답 ▲김건희 여사 대역 무고지 방송 ▲광우병 괴담 조작방송, 조국수호 집회 100만 명, 월성원전 방사능 오염수, 낙동강 수돗물 납·세균 검출 등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하고 "이러고도 악의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부대변인은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공영방송으로서 성찰하기보다 '뭐가 악의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로 이게 악의적인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