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김규돈 신부… 논란 커지자 사과성직자가 테러리즘식 발언… 온라인은 물론 정치권까지 '술렁'성공회 "김규돈 신부 면직 결정… 협동사제 지위도 직권면직"
  • ▲ 김규돈 대한성공회 신부 글.ⓒ김규돈 신부 페이스북 캡처
    ▲ 김규돈 대한성공회 신부 글.ⓒ김규돈 신부 페이스북 캡처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김규돈 신부가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김 신부는 14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7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에서 한 발언이 적힌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어휴, 암담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한 김 신부는 "인터넷 강국에 사는 우리가 일시 정해서 동시에 양심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김 신부가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3일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전략을 설명하면서 나온 것이다.

    EAS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일본·중국·호주·뉴질랜드·인도·미국·러시아 등 아세안 대화 상대국 9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회의에는 윤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라브로프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영토 보존 및 정치적 독립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리커창 총리도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이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서필리핀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남중국해는 규칙 기반의 해양질서를 수호하는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돼야 한다"며 "유엔 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가 외교무대에서의 윤 대통령 발언을 공유하며 '전용기 추락'을 언급하자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이 확산했다. 김 신부는 이후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닫았다.

    김 신부는 "'나만 보기'라는 좋은 장치를 발견하고 근래 일기장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가끔은 일기처럼 쓴 글이 전체 글로 돼 있다.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폄하하는 김 신부가 성직자로서 존경 받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한 글이 한 성직자의 SNS에 게재됐다"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외교무대에서 안보와 국익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총력하고 있음에도,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막말과 저주를 성직자가 퍼부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신부는 논란이 일자 자신의 SNS 이용 미숙을 탓하며 사과했지만 정작 자신의 그릇된 생각과 막말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박 대변인은 "국민의 분노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김 신부만 모르는 듯하다"고 일갈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성직자의 정치적 신념 표현에 대한 논란 이전, 이 같은 저주를 가벼이 입에 담는 성직자는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을 권리도,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성공회 관계자는 이날 복수의 언론과 통화에서 김 신부 면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신부가 갖고 있던 성공회 원주노인복지센터장, 원주교회 협동사제 직위도 모두 직권면직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