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정원 직원 진술 확보… "정의용이 귀순 의사 뜻하는 표현 삭제하라는 지시 했다"귀순 의지 담긴 '남하'→ 단순히 휴전선 넘은 '월선'으로… 서훈 전 국정원장도 같은 혐의정의용 지난 7월 "도저히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 수 없었다… 법·절차 따랐다" 반박
  •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前국가안보실장)이 2021년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통일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前국가안보실장)이 2021년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통일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탈북 어민 강제북송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어민들의 자발적 귀순 의사를 드러낸 표현을 보고서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국회에 제출됐는데,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북송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의도적으로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7일 TV조선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최근 "정 전 실장으로부터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할 관련 보고서에서 '남하' 등과 같은 귀순 의사를 뜻하는 주요 표현을 삭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초 보고서에는 어민들이 '귀순 의지를 가지고 내려왔다'는 의미의 '남하'라는 표현이 있었다. 하지만 지시에 따라 단순히 휴전선을 넘었다는 의미의 '월선'으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자필로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표현에서 '자필'이라는 말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법·절차 따랐다" 혐의 부인… 檢, 서훈도 같은 혐의로 곧 조사

    서훈 전 국정원장도 2019년 11월 국정원이 통일부에 전달한 정부합동조사 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등의 표현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 등을 불러 직권남용 등의 혐의와 관련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제출 보고서에 자필 혹은 남하와 같은 자진 귀순 의사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정의용 당시 안보실장 지시로 삭제됐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의도적인 은폐 시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범죄행위"라고 개탄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입으로는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면서도 탈북자를 인권뿐 아니라 실정법에 반하게 북한 사지로 내몰고 잔인하게 소훼당한 공무원의 죽음을 뻘짓으로 폄하하는 이런 일들이 인권을 앞세우는 민주당 정권에서 왜 이렇게 자주 일어났는지 의아할 뿐"이라며 "국민께서 이런 이중성을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의 강제북송 의사결정 과정을 규명할 핵심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송 어민 2명을 조사했던 국정원 합동조사팀장으로부터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통화 등 수십 개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녹취파일은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2019년 11월3일부터 추방이 결정된 같은 달 5일 사이의 기록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전 실장은 지난 7월 탈북 어민 강제북송 논란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성명을 내고 "도저히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 수 없었다"며 "법과 절차를 따랐고, 강제추방 이후 국회 정보위에도 근거와 배경을 상세히 보고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