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부·관영매체 “美가 자금 지원한 나이지리아 생물학 실험실에서 원숭이두창 유출”지난해 3월 뮌헨안보회의 때 ‘원숭이두창’ 테러 시나리오 논의…러 “우연의 일치 아냐”
  • ▲ 원숭이두창 예방 경고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원숭이두창 예방 경고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러시아가 “원숭이두창은 미국이 개발한 생물무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월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이 개발한 생물무기”라고 주장했던 것과 비슷한 행태다.

    FP “러, ‘원숭이두창은 미국의 생물무기’라는 음모론 퍼뜨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1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와 관영 매체들이 ‘원숭이두창’을 미국이 비밀리에 개발한 생물무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크렘린은 무관한 사건을 엮어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정교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우연의 일치인 사건을 두고 마치 미국이 원숭이두창의 세계적 확산을 조장한 배후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타스 통신, 스푸트니크 뉴스 등 러시아 관영매체들은 지난 5월 원숭이두창이 본격적으로 확산할 때부터 미국이 개발한 생물무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타스 통신의 경우 원숭이두창이 나이지리아에 있는 실험실에서 유출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당시 러시아군 화생방 방어사령관 이고르 키릴로프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나이지리아에서부터 퍼졌다”며 “이곳에는 미국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생화학 실험실이 최소 4개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이리야 야로바야 국가두마(하원에 해당) 부의장도 최근 이런 음모론을 주장하며 WHO의 조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러, 지난해 뮌헨안보회의서 원숭이두창 테러 대응 논의한 것 문제 삼아

    러시아가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근거는 지난해 3월 열린 뮌헨안보회의였다. 당시 핵위협이니셔티브(NTI) 관계자들과 미국과 중국 당국자 등 회의 참가자들은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생물학적 위협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시나리오는 실험실에서 유전자 조작을 한 원숭이두창을 테러에 사용하면서 2022년 5월부터 18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30억명이 감염되고 2억 7100만명이 사망하는 상황을 상정했다.

    공교롭게도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확산한 때가 올해 5월 초순이다. 러시아 국방부와 관영매체는 이를 두고 “과연 우연이겠느냐”며 미국이 원숭이두창의 세계적 확산 배후라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러, 구소련 시절부터 전염병 퍼지면 “배후는 미국” 주장

    매체는 “그러나 러시아가 전염병이 퍼지면 그 배후가 미국이라고 주장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이 개발한 생물무기”라고 주장하자 러시아는 여기에 힘을 보탰고, 1980년대 초 구소련 시절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흑인을 겨냥해 개발한 생물무기”라는 소문을 국가보안위원회(KGB)가 퍼뜨린 적이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이런 러시아의 선전에는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비도덕적 국가’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면서 “미국 내부적으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려는 의도가 있고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동성애자 등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부추겨 정치적 선동에 이용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매체는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