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80조 3항 '정치탄압 시 윤리심판원 의결로 징계 취소할 수 있다'판단 주체, 윤리심판원→ 당무위로 수정… 당 대표가 당무위 의장"당 대표 입김 작용할 수밖에 없어"… 민주당 내에서도 '셀프 면죄' 논란국민의힘 "검수완박, 국회의원, 당 대표, 당헌 개정… 4겹 방탄"
  •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방탄'으로 논란이 된 당헌 80조 개정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이재명 당 대표후보의 '셀프 구제' 가능성이 논란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당헌 80조 1항을 개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직자 직무정지 요건을 '기소 시'에서 '1심 유죄 시'로 완화한 의결안을 뒤집고 원안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전준위 의결안이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 후보를 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다만 비대위는 당헌 80조 3항을 일부 수정했다.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에서 정치탄압 등을 판단하는 기구를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로 바꿨다.

    윤리심판원은 당헌·당규상 독립기구에 해당한다. 당 대표 추천으로 외부 인사가 원장을 맡지만 일정 수준의 독립성이 담보된다. '짤짤이' 등 성희롱 발언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의원이 지난 6월 '당원 자격 6개월 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당무위는 당 대표가 의장을 맡는다. 원내대표,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당 소속 시·도지사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되는 의결기관이다. 윤리심판원보다 정무적 판단이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흐름이 오는 28일 전당대회까지 이어지면 당무위 의장은 자연스레 이 후보가 맡게 된다. 하물며 지금까지의 득표율을 보면 당선권에 든 최고위원후보 대부분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다. 

    바뀐 당헌대로라면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된 뒤 기소될 경우, 자신이 직접 당무위를 소집해 친명 지도부가 이 후보의 기소가 정치탄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셈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18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 대표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당 대표가 '셀프 구제'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비대위의 이번 당헌 개정 의결을 두고도 "예외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넓혀 놨다"며 "이재명 후보를 의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도 "무늬만 달라졌을 뿐 방탄의 효력은 다르지 않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7일 논평을 내고 "직무정지 요건을 완화하려던 1항은 그대로 둔다고 하지만, 1항에도 불구하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에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3항의 예외규정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양 대변인은 그러면서 "결국 검수완박, 국회의원, 당 대표, 그리고 당헌 개정까지 이재명 의원을 위한 '4겹 방탄'은 무늬만 달라졌을 뿐, 방탄의 효력은 다르지 않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민주당의 또다른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가 당무위를 소집하지만 자신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척 사유라서 의결 과정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이재명 방탄'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의원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번 비대위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명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는 박찬대 최고위원후보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헌 80조 개정은 '민주당 구하기'였다. 이번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당헌 80조 개정안을 부결시켰다는 것은 합리적 결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결정'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번 결정으로 당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그저 '이재명 흔들기'를 계속하려는 것은 아닌가 심히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는 같은 날 광주KBS 주관 민주당 대표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비대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당헌 문제는 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용진 당 대표후보는 "어제 전북권 토론회에서는 분명 (기소 시 직무정지 조항이) 야당 탄압의 루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정에 찬성한다고 말했다"며 이 후보의 달라진 의견을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어 "이제 와서 나랑 상관없었다고 얘기하고 발뺌하는 태도는 틀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비대위가 의결한 민주당 당헌 개정안은 오는 19일 오전 당무위를 거쳐 24일 중앙위원회 표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