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언련 "공영방송 진행자가 정치 편향성 드러내 문제"
  •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 ⓒ뉴시스
    ▲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 ⓒ뉴시스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가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공정감시단장 이홍렬)가 선정한 7월 셋째 주(18~24일) '최악의 편파 방송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전·현직 언론인, 시민단체 회원, 대학생 등 40여명의 모니터링 조사단을 통해 5대 공영방송사(KBS·MBC·연합뉴스TV·YTN·TBS)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공언련은 "지난주 방영된 주요 뉴스·시사프로그램을 살펴본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관점으로 이슈를 다룬 불공정 편파 방송이 총 57건 적발됐다"며 "이는 지난주(51건)보다 6건 늘었고, 2주 전(32건)에 비하면 25건 늘어난 수치"라고 27일 밝혔다.

    "방송사별로는 지난주에 이어 TBS가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KBS가 15건, MBC가 14건으로 뒤를 이었다"고 소개한 공언련은 "프로그램 중에서는 진행자의 편향성이 가장 심했던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이번 주 '문제의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착하고 순하기로 유명" "오세훈 꺾은 고민정" 칭찬 일색

    공언련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송된 '주진우 라이브'에서 진행자 주진우와 출연자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 이야기를 꺼내면서 "방통위원회는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에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다"며 방통위 감사를 "헛다리 짚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방통위원장이 바뀌면 KBS와 MBC 사장을 다 바꿀 수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데 주력했다.

    지난 18일에는 진보 성향 인사가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출처도 밝히지 않고 "빅데이터 분석"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이 75%"라고 소개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관련된 연관어는 부정적인 것만 언급하고, 이재명 민주당 의원과 관련된 연관어는 긍정적인 것만 소개했다.

    이는 조사기관·조사방법·조사대상·조사기간·오차한계 등을 밝히도록 돼 있는 여론조사 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자료를 내세워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공언련은 해석했다.

    지난 20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주진우는 "착하고 순하기로 유명한 고민정 의원" "고민정이 민주당의 간판이다" "오세훈을 꺾은 고민정 의원"이라며 특정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추어올리는 발언을 반복했다.

    특히 주진우는 "보수 언론은 고 의원이 정치적으로 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해서 과도하게 공격·견제하고 있다"며 자신의 주관과 정치적 편향성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 같은 방송에 대해 공언련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 공정성과 제13조 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4조 객관성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했다.

    22일 발표된 백현동 '감사 결과', 뉴스데스크만 외면?


    공언련에 따르면 '주진우 라이브' 외에도 다수의 주요 뉴스·시사프로그램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편파 방송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KBS '뉴스9'는 지난 22일 '민주유공자 예우법'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이 법안이 지나친 특혜로 '신분세습법'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점은 도외시 한 채 "국회의원 중 민주유공자법 대상자는 없다"거나 "논의를 거쳐 타당하다면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다뤘다.

    지난 21일에는 정부의 '감세 정책' 소식을 전하면서 '과도한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하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올 수 있는데도 부정적 입장에서만 보도했다.  

    이와 관련, 공언련은 "뉴스 제목부터 <철학 다르다지만…5년간 누적 감세 60조 이상>이었고, 기사에서도 민주당이 공격하는 '부자 감세'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는 등 뉴스 가치 판단이 편향된 사례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3일 <'백현동'에 다시 '유동규'>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감사원이 백현동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의원의 책임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고 보도한 후, 이 의원이 혐의를 부인하며 "정치 보복"이라고 반박하는 내용을 전했다.

    이를 두고 공언련은 "감사원은 현직이 아닌 전임 시장에 대한 조사라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고, 감사보고서에도 부당한 처리에 '시장의 결재'가 있었다는 사실이 담겼으나 '뉴스데스크'는 이러한 내용은 누락해 감사원이 이 의원의 혐의를 전혀 밝히지 못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공언련은 "특히 전날 여타 방송사들이 감사원이 해당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사실을 메인뉴스로 보도한 것과는 달리, 관련 소식을 전하지도 않았던 뉴스데스크는 이날 관련 의혹을 축소 보도해 의문을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말엔 '맞장구'… 태영호 말은 자꾸 끊어


    연합뉴스TV '뉴스투나잇'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용을 보도하면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사적 채용'과 관련해 '대통령 권력 사유화' '측근 챙기기' 등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다뤘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선출직 공직자의 별정직 채용이 일반 공무원 채용과 다르다"며 "역대 정부 관례와 절차를 지켰다"고 연설한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19일 여·야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여당은 깎아내리고 야당은 감싸고 도는 편파 방송을 했다.

    이날 김어준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함께 비아냥거리고,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대통령실 채용 논란, 여당 내 갈등에 대한 답변에 맞장구치거나 정부 비판적 발언을 유도했다.

    반면, 이어진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과의 인터뷰에서는 강제북송 사건 관련 답변이나 자료 제시가 틀렸다는 듯이 계속 반박하고, 답변을 자꾸 끊어 태 의원으로부터 "제 이야기를 좀 들어보세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편파적으로 진행했다.

    지난 20일 방송에서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가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에 대해 "일본 극우의 얼굴을 세우고" "구걸 외교"라고 폄하한 인터뷰만 내보내고, 이를 반박하는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김어준은 박 장관의 방일에 대해 "숙제 검사 받으러 간 것처럼" "일본의 대승리 아닙니까?" "일본이 좋으면 흐뭇한 사람이 있나 보죠"라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비꼬아 반일 감정을 자극했다.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의 진행자 신장식 변호사는 지난 19일 방송에서 최근 불거진 대통령실 채용 논란 당사자들을 가리켜 "이번엔 6급 광주 주씨. 이게 라임도 맞아요. 동해 황씨, 강릉 우씨, 광주 주씨"라고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

    이어진 박용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의 인터뷰에서도 신 변호사는 "강릉 우씨"라고 반복해 말하고,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도 함께 조사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물귀신"이라고 폄하했다.

    지난 22일 방송에서 신 변호사는 대우조선 원청의 금속노조 탈퇴 투표 이슈를 거론하면서 부정투표로 의심되는 투표용지의 발견으로 개표가 전면 중단된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해당 투표가 부결됐다"는 금속노조 측의 일방적 발표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