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 타임스 “전랑외교 옹호한 외교관, 외교부장 유력했지만 최근 좌천돼”‘전랑외교’ 비판 외교관, 유럽에 과거 사과… 전문가 “中, 유럽과 관계 재인식”
  • ▲ 2014년 6월 당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오른쪽)이 우홍보 유엔 사무차장(왼쪽)과 면담을 가졌다. ⓒ외교부 제공.
    ▲ 2014년 6월 당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오른쪽)이 우홍보 유엔 사무차장(왼쪽)과 면담을 가졌다. ⓒ외교부 제공.
    최근 중국이 2명의 외교관 인사를 한 것을 두고 “시진핑 정권이 ‘전랑외교’를 그만 두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반공 중화권 매체 ‘에포크 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전랑외교’를 옹호했던 한 외교관은 최근 좌천됐다. 그는 왕이 외교부장의 후임으로 알려졌다. 반면 왕 외교부장 후임 후보군 중 한 명이었던 다른 외교관은 최근 특사로 임명돼 유럽 각국을 돌며 과거의 ‘전랑외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고 한다.

    ‘전랑(戰狼)외교’란 중국의 이익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다른 나라에게 중국의 의도를 강요하는 식의 외교 행태를 말한다. 중국 당국의 협박성 메시지와 함께 관영매체를 동원한 막말과 여론전, 선전선동 등을 사용한 탓에 ‘전랑외교’의 대외적 이미지는 나쁘다.

    ‘왕이 외교부장 후임’이라던 외교부 부부장, 광전총국 부국장으로 좌천

    신문에 따르면 좌천된 외교관은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이다. 그는 지난 6월 14일 외교부에서 면직된 뒤 광전총국(국가광파전시총구) 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광전총국은 중국의 TV, 라디오, 인터넷 등을 총괄하는 감독기관이지만 러위청은 외교부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터라 좌천으로 봐야 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러위청 부국장은 러시아와 동유럽 문제를 담당해 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대사관에서 두 번 근무했고 카자흐스탄 주재 대사도 지낸 중국 외교부의 엘리트다. 러위청은 또한 시진핑 정권이 채택한 ‘전랑외교’를 적극 옹호하던 인물이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이런 러위청 부국장이 차기 외교부장 후보군에서 밀려났다는 것은 시진핑 지도부의 외교부 장악력이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유럽특사로 파견된 우훙보 특별대표…‘전랑외교’에 대해 사과

    러 부국장과 함께 왕이 외교부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던 우훙보 유럽사무 특별대표는 유럽 각국을 돌며 과거 중국의 ‘전랑외교’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우훙보 특별대표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담당 사무차장을 지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다가 올해 5월 유럽특사로 발탁됐다.

    우훙보 특별대표는 지난 5월 말부터 3주 동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벨기에, 키프로스를 순방하면서 가는 나라마다 ‘전랑외교’를 비롯해 중국의 코로나 대응 정책, 경제정책에서의 실책 등을 인정하는 등 기존 중국 외교관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충격적 행보를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美전문가 “中, EU와의 관계 재조정 시도하는 중”

    이처럼 ‘전랑외교’를 옹호하던 유력 외교관이 좌천되고, 비판적 태도를 갖던 외교관이 특사로 임명돼 유럽 각국을 순방한 것을 두고 신문은 “중국과 EU(유럽연합) 간의 달라진 처지를 반영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RFA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EU와의 관계 재조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전랑외교를 반성했다는 것은 중국이 가장 중요한 무역파트너인 유럽과의 관계에 있어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약화됐음을 인식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미국의 중국전문가 스산(石山)의 의견도 전했다. 그는 “우훙보가 유럽과의 관계 개선 임무를 수행하면서 (과거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건) 시진핑 정권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유럽과의 경제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 했는데 대내적으로는 시진핑과 경쟁하는 세력에게 그의 약점을 노출한 결과가 됐다”고 풀이했다.

    스산 “中공산당, 지도자는 항상 위대하다 주장…실책한 사실 드러나면 실각”

    스산은 “중국 공산당은 모든 지도자가 항상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올바르다고 주장한다”면서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틀려서는 안 된다. 만약 어느 지도자가 큰 실책을 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는 물러나야 하고 다른 지도자가 대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러위청의 면직과 좌천, 우홍보 유럽특사의 이례적 발언을 보면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작지만은 않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시진핑이 외교 분야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거나 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산은 “다만 시진핑이 당 권력의 핵심인 군권과 공안권력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군과 공안기관 인사를 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올 가을 시진핑의 3연임을 결정짓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물밑에서는 치열한 내부권력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