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노조, 한상혁 방통위원장 고발… 국민감사 추진한 위원장, 방송사장단에 '언론비평, 가짜뉴스 대처' 요구"사장단 면담 직후 '친민주' '보수언론비판' 보도 쏟아져""규제권한 지위 이용, 편성지침 하달‥ 방송 편성 간섭해"
  •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과 여론의 '자진 사퇴' 요구에도 "성실히 맡은 임무를 수행하겠다"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보수 성향의 공영방송 노동조합과 언론현업단체가 검찰에 고발해 주목된다.

    고발 혐의는 방송법 위반. 한 위원장이 재임 중 방송사 사장단을 만나 '미디어 비평 기능'을 강화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대처'를 요구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해 방통위원장으로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을 형사고발한 이들 단체는 내달 4일 감사원에 한 위원장에 대한 '국민감사'도 청구해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언론 보도와 함께 감사원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3년 만에 '정기감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가뜩이나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 위원장이 '사면초가'에 몰린 모양새다.

    2019년 9월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된 한 위원장의 임기는 2023년 7월까지다.

    "'정권 도덕성' 흔들리자, 보수언론 견제 시도"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과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상임대표 강규형) 등 3개 단체는 지난 24일 한 위원장을 방송법 제105조 제1호, 제4조 제2항 위반죄로 처벌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

    본지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고발인들은 한 위원장이 2019년 9월 27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사장단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저널리즘 기능의 복원은 공정성 수호를 위한 지상파의 가치와 국민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뒤 "광고·편성 등 비대칭 규제를 재검토해 개선하겠다"고 말한 것이 방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일가에 관한 갖가지 의혹을 짚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이러한 언론 보도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정권의 도덕성'이 흔들리자, 방통위가 광고·편성을 당근책으로 제시하며 이른바 '보수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발인들은 방송 재허가와 각종 규제 권한을 가진 한 위원장이 지상파 사장단에게 '미디어 비평 복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대중영향력이 가장 큰 지상파 3사를 장악해 정부를 비판하는 보수언론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고발인들은 "실제로 KBS와 MBC는 한 위원장을 만난 이후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질적·양적으로 보수 언론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양산했다"며 "결과적으로 한 위원장은 법률이 아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지상파 사장단에게 제작 편성지침을 하달하는 방식으로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위반 증거로 '뉴데일리 보도' 제시

    그러면서 고발인들은 지난 6월 15일자 뉴데일리 보도(세월호 보도 개입 혐의' 이정현은 벌금형… '지상파 편성권 침해 혐의' 한상혁은?)를 인용하며 "KBS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저널리즘 토크쇼 J'가 한 위원장과 방송 3사 사장단의 면담 이틀 후인 2019년 9월 29일부터 2020년 말까지 ▲조국 사태 두 달, 언론이 논란을 끌고가는 방법 ▲조국 논란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 ▲미디어법 10년, 종편은 어떻게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시켰나? ▲검‧경 마케팅에 활용되는 언론의 쓸모 ▲조선 동아 100년... 지워진 진실은?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코로나 사대주의, 언론이 한국을 '후진국' 만드는 법 ▲'교묘' 혹은 '뻔뻔'.. 총선 기술자 언론- 보수 언론의 자기 반성 주장 ▲누구를 위한 '윤석열 대망론'인가 ▲윤석열 vs 추미애, 언론의 편파중계에 가려진 본질 ▲한명숙부터 채널A까지.. 검찰발 뉴스 영점조준 맞추기 등,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언론보도를 문제삼는 방송을 30건 가까이 내보냈다"고 적시했다.

    고발인들은 마찬가지로 뉴데일리 보도를 인용하며 "MBC도 시사·교양프로그램인 '탐사기획 - 스트레이트'를 통해 2019년 10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조·중·동 등 보수일간지와 포털사이트 네이버, 우파 유튜버를 집중 공략하는 10건의 방송(▲추적! 조선일보와 국론분열 ▲추적! 종편 출생의 비밀 ▲신종 코로나 틈타 '혼란·혐오' 부추기는 언론들 ▲조선, 동아, 100년의 민낯 ▲극우 유튜버들의 상상초월 '슈퍼챗' 돈벌이 ▲왜곡·혐오·막말 극우 유튜버 후원하는 대기업 광고 ▲집값 폭등의 또다른 주범은 언론 ...언론은 정말 집값 안정을 바랄까? ▲심각한 보수편중– 네이버 뉴스의 비밀 ▲네이버 뉴스 집중 해부, 보수만 추천하는 AI ▲동남아 'K-신문' 열풍의 비밀)을 내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MBC 'PD수첩'은 201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검찰 기자단 ▲가짜 뉴스와 음모론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국정원과 언론장악 등, 문재인 정권의 논리를 답습하는 다수 프로그램을 방영했다"고 고발인들은 지적했다.

    "재승인 카드로 압박… 종편사 길들이기 나서"


    고발인들은 한 위원장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던 2020년 2월 4일 종편 4사(TV조선 제외) 사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정보를 적시에 전달하고 가짜뉴스에 엄중히 대처해 줄 것"을 요구한 것도 방송법 위반이라고 봤다.

    그해 4월부터 JTBC와 MBN의 재승인 절차가 예정돼 있던 것을 감안하면, 한 위원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자제하도록 종편사에 '보도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다.

    고발인들은 "당시 지상파 방송국과 종편 방송국 사장들은 한 위원장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방송국 사장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가진 한 위원장이 이들에게 제작 편성지침을 내린 것이 분명하므로 방송법 제105조(벌칙)에 의거, 한 위원장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고발인들은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방송법 제105조는 이 규정을 위반할 시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비근한 예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혐의로 방송법 제4조 제2항 위반죄로 기소돼 10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 받은 사례를 거론했다.

    "국민과 함께 '감사원 감사청구' 등 연대투쟁"

    한 위원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공영방송 양대 노조는 방통위원장의 보도·편성 개입 행위를 방송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해친 '중대 범죄'로 간주하고, 감사원 감사청구 등 한 위원장에 대한 압박 공세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8일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2019년 9월 27일 한상혁 위원장과 지상파 3사 사장단의 만남은 '정책간담회'라는 미명 하에 이뤄졌지만 사실상 한 위원장이 지상파 사장단을 겁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저널리즘 기능의 복원을 주문하면서 광고·편성 등 비대칭 규제를 재검토해 개선하겠다고 한 것은 '방송 똑바로 해라, 잘하면 광고 등 당근을 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KBS와 MBC에서 보수 언론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쏟아졌다"고 지적한 허 위원장은 "전후 상황을 분석해보면 당시 한 위원장이 편성권을 침해, 지상파 방송과 종편 방송의 군기를 잡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허 위원장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2012년 5월 10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도 '방송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존립·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언론자유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하는 특성을 가지는데, 이러한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법률 등에 의하지 않고서는 함부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이러한 한 위원장의 '전횡'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청자 국민과 함께 감사원 감사청구 등 방송법을 수호하고 언론자유를 지키는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디어 비평 복원'은 '보수언론 공격하라'는 의미"

    오정환 MBC노조위원장은 "한상혁 위원장이 2019년 9월 27일 지상파 방송 3사 사장들을 불러 모아 미디어 비평 강화 등을 당부할 당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갖가지 의혹들이 나올 때였다"며 "결국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자 당시 여권은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고 되짚었다.

    오 위원장은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한 달간 쓴 언론 기사가 130만 건이 넘었다'는 지적까지 했고, 여권 지지자들은 인터넷에 몰려가 '근조 한국언론'이라는 말을 검색어 상위권에 올려놓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방송 재허가와 각종 규제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이 요구한 '미디어 비평 복원'은 보수언론을 공격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여졌음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의 지시는 방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오 위원장은 "MBC를 예로 들면 '탐사기획 - 스트레이트'는 2018년 2월 첫 방송 이후 언론에 대해 단 4번 다뤘는데, 문제의 지상파 사장단 면담 한 달 뒤인 2019년 10월 28일 조선일보와 종편사를 정면 공격했고, 2020년에는 무려 7번에 걸쳐 보수언론들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방향 변화가 한 위원장의 지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방송법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한 위원장이 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