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지검장, 7일 입장문 통해 "이제 검사직 내려놓고자 한다""'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검찰에서만 버텨와"검수완박 언급하며 "반드시 재고돼야"
  •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박찬호 광주지검장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박찬호 광주지검장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자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목돼 온 박찬호 광주지검장(56, 사법연수원26기)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찬호 지검장은 7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구체적인 사의 이유는 밝히지 않으면서도 문재인 정부 당시 좌천성 발령을 받은 사실과 '검수완박'에 대한 재고 필요성을 언급하며 검사직을 내려놓았다. 

    박 지검장은 게시글에서 "이미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국면에서 검찰 고위직의 한 사람으로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 있다"며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로 임용된 후 외부기관 파견이나 유학도 없이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오로지 검찰 내에서만 일하며 버텼다"면서 "검사로서 스스로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1997년 임관한 박 지검장은 평검사 시절부터 대검 중수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및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손발을 맞추며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 검사로 꼽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재직하던 시절에는 각각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사의 표명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문재인 정부 당시 제주·광주지검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오랜시간 인내한 결과 감사하게도 명예가 회복되는 기회가 와서 매우 기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원래 저는 자리보다 일을 중시했고,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정부 부처 요직에 자신의 검찰 시절 측근들을 발탁하고 있어 박 지검장이 다른 자리로 옮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그는 "제 사직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거나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길 희망한다"며 섣부른 예단에 선을 그었다.

    박 지검장은 그러면서 "검수완박 상황에 이르러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렇게 돼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황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면서 "최근 일방적으로 진행된 형사사법제도 변경을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간절히 희망해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