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시즌2' 전시 中 '기자 캐리커쳐' 공개文정권·조국 비판한 기자들 얼굴 우습게 묘사민예총 "가짜뉴스 생산‥언론 풍자 위해 개최"기자協 "'기자 조롱' 민예총 전시회 중단하라"
  • ▲ 지난달 30일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 배포한 '굿바이 시즌2' 포스터.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
    ▲ 지난달 30일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 배포한 '굿바이 시즌2' 포스터.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문재인 정권 관련 인사나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전·현직 언론인의 얼굴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캐리커쳐 전시회'가 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구설에 오른 전시회는 오는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전시되는 '굿바이 시즌2 -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展'으로, 전시 중인 작품 가운데 100명 이상의 언론인을 '가짜뉴스 생산자'로 매도하는 풍자화가 포함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찬우 작가가 그린 이 '작품'은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 인터넷신문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소속 회사명과 실명까지 기록해 심각한 명예훼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단법인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하 '서울민예총')은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왜곡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언론사들의 행태를 풍자하기 위해 이 전시회를 주최했다"고 밝혔으나, 어떤 기준에서 이들을 '가짜뉴스 생산자'로 지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아 일종의 '마녀사냥'이자 '묻지마 폭력'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국 비판' 기자들 포함… 그림으로 만든 블랙리스트


    작품에 등장한 전·현직 언론인들의 면면을 보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를 다뤘던 법조 기자들과 문재인 정부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언론·방송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그림이 전 정권에 각을 세웠던 기자들을 한데 모은 '언론계 블랙리스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그림에 실명이 노출된 한 언론사 기자는 "이 작품은 예술이 아니라 '인신 공격성 폭력'으로 봐야 한다"며 "과거 문재인 정권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문제로 전임자들을 일벌백계했던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분개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예전 권위주의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빨갱이 딱지 붙이던 짓과 뭐가 다른가"라며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이런 폭력적인 짓이 벌어지는데 자칭 진보라는 민주당에서는 한 사람도 나서서 꾸짖거나 말리는 사람이 없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기억 같은 건 다 잊은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기자협회는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언론인을 어떤 객관적 근거로 선정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예술을 표방한 그림에 '편협된 이념'과 '사상'이 개입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3일 배포한 성명에서 "행사 주최 측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진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의 퇴출을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으나, 주최 단체와 예술가들이 담아낸 내용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편협된 이념과 사상이 개입돼 그들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에 예술이 갖는 표현의 자유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상대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예술이 갖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또 다른 폭력이며 언론탄압으로 규정짓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에 "서울민예총은 언론과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이번 전시회를 즉각 중단하고, 건전한 방식의 작품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의사를 전달하길 바란다"고 한국기자협회는 촉구했다.

    일부 작품, 특정 언론·언론인에 대한 '적개심' 드러내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개련')도 "일부 출품작을 보면 비평 예술이라기보다는 특정 언론(인)을 향한 적개심의 표출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며 이번 전시회에 내포된 정파적 '폭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언개련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주최 측은 이번 전시회가 '권력에 줄서기 하며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망각하고 권언유착을 서슴지 않는' 기자들에 대한 '소리 없는 외침'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작품을 지배하는 분노와 격정, 인권의 무시와 조롱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의 근거나 비평의 윤리를 찾아내기는 어렵다"며 "이들의 풍자 미학에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꼬집었다.

    언개련은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는 언론을 향한 적개심이 지나쳐 공격성을 띠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뿌리에는 일부 정치인, 인플루언서, 정파적 단체의 반저널리즘적인 선동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은 언론(인) 위협을 증폭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거나 폭력을 저항으로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와 같이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저널리즘에 반하는 '증오의 표출'은 언론 비평이 아니라 위협으로 변질되기 쉽다며 "언론 비평은 저널리즘에 기초해야 한다"고 충고한 언개련은 "잘못된 기사나 편향된 언론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의사표현과 비판을 지지하는 동시에 언론(인)에 대한 정파적 공격과 위협이 건전한 비평의 자리를 빼앗았을 때 우리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언론자유 따지기 전에 가짜뉴스 생산부터 반성해야"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굿바이 시즌2' 작가 일동은 4일 배포한 성명에서 "박찬우 작가가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기자들은 왜, 어떤 이유로 캐리커처로 그려졌는지 박찬우 작가의 SNS에 기자들이 쓴 기사를 첨부해 명확하게 나와 있다"며 "심각한 진실 왜곡과 본질을 호도한 기자들이 과연 예술 풍자의 대상조차 돼선 안 되는 존재인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가 소중하다면 가짜뉴스나 허위뉴스를 내보낸 기자들부터 반성하는 것이 먼저"라며 "한 작가의 작품이 불편하고 분노하게 만든다고 해도 18명의 소중한 작품전을 싸잡아 비난하고 왜곡하는 행위는 기자가 할 짓이 아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전에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부터 방지하고 '살아있는 권력'의 취재를 방해하는 공작에 대해서 눈감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오는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굿바이 시즌2' 전시회를 연 뒤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순회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 ▲ 한국기자협회의 항의 성명 직후 수정된 '굿바이 시즌2' 포스터.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
    ▲ 한국기자협회의 항의 성명 직후 수정된 '굿바이 시즌2' 포스터.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