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中 시노백과 접촉해 지원 요청… 中, 5월 초부터 무료로 백신 지원해 줘”北 국경경비대와 전방부대 접종… 도입량 늘면 평양시민과 다른 군인 확대 예정해열제·감기약 없어 주민 치료 못 받아… 北 당국 “소금물로 가글 하라”
  • ▲ 지난 4월 25일 열린 빨치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열병식의 군인은 물론 환호하는 군중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차출해 동원한 사람들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25일 열린 빨치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열병식의 군인은 물론 환호하는 군중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차출해 동원한 사람들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코로나 증상 환자가 급증하자 지난 5월 초순 중국에서 코로나 백신을 긴급수입해 북한군 전방부대원과 국경경비대에 접종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반면 주민들은 증상이 나타나도 치료약을 구할 수 없어 방치되는 상태라고 방송은 전했다.

    북한군 간부 “이달 초부터 국경경비대·전방부대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

    평안북도의 북한군 간부 소식통이 방송에 전한 데 따르면, 신의주에 자리한 국경경비대 제31여단 장병들은 지난 5월 초부터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접종 받았다.

    “백신 접종은 31여단뿐 아니라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에 주둔하는 국경경비대와 전연부대(휴전선에 배치한 전방부대)부터 시행하고 있고, 들여온 백신이 얼마나 되는지는 기밀이라 모르지만 아직 접종 비율이 1% 미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국경 초소와 전방 초소 근무 군인 위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고 이 간부는 설명했다.

    이 간부에 따르면, 빨치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군부대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김정은의 명령을 받은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대표단이 중국을 찾았다. 이들은 중국에 상주하는 북한 무역대표부의 협력을 받아 중국 시노백과 접촉해 코로나 백신을 요청했다. 이에 시노백은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무상 지원했다. 

    이 간부는 “중국 당국이 제약업체에 북한에 백신 무료지원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중국 코로나 백신은 시노백과 시노팜이 제조한 두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은 지난해 6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北 무역기관 소식통 “관영매체 발표한 신규 환자, 군부대 위주로 집계”

    평안북도 무역기관에 근무하는 소식통은 방송에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지난 14일 전국적으로 발열 환자가 29만6180여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그 몇 배의 사람이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30만 명에 가까운 코로나 증상자는 군인들 위주로 집계한 것”이라며 “군인들 사이에서 집단발병자가 많아 비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정은은 국경경비대와 전방부대에서의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시노백과 비밀리에 접촉해 백신 지원을 요청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 ▲ 김정은이 방문한 평양 대동강변의 한 약국. 김정은이 평양시내 약국을 24시간 가동하라고 지시한 뒤 북한 전역에서 진통제와 해열제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北조선중앙TV 화면캡쳐.
    ▲ 김정은이 방문한 평양 대동강변의 한 약국. 김정은이 평양시내 약국을 24시간 가동하라고 지시한 뒤 북한 전역에서 진통제와 해열제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北조선중앙TV 화면캡쳐.
    소식통은 “우리(북한)가 중국 시노백이 제조한 코로나 백신을 요청한 것은 초저온 냉동설비(콜드체인) 없이 영상 2~8도 정도인 일반 냉장고만 있어도 보관과 운반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국경경비대와 전방부대 군인들에게 백신을 접종 중이지만 백신 도입량이 늘어나면 평양시민들과 전국 군부대 군인들에게 접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 가운데 발생한 환자들, 의약품 없어 방치되는 상태

    반면 일반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도 치료를 못 받고 방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의료부문 소식통은 방송에 “요즘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려 초만원 상태”라며 “병실에 격리조치만 했지 증상을 완화할 약물치료 등을 받지 못하고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독감이나 폐렴인 줄 알았던 환자 대부분이 코로나 감염자로 밝혀지자 감기약 등 약품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당 중앙에서 코로나 방역을 최대비상방역체계로 가동하면서부터 감기약이나 해열제 등이 약국이든 어디든 자취를 감춰 구할 수가 없게 됐다”고 알렸다. 

    평양 시내 약국을 24시간 가동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전국의 의약품을 평양으로 거둬갔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현실로 인해 가짜 약을 먹고 죽은 사람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간혹 약국이나 약장사들이 감기약이라며 파는 것이 있지만 대부분 치료 효과가 없는 가짜약이라 주민들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청진시 수남구역에서 한 고열환자가 평양제약공장에서 생산한 것으로 표기된 감기약을 투여했다 부작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北주민 “중국제는 물론 북한제 의약품도 없어… 소금물 가글만 할 뿐”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요즘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면서 중국산 감기약은 모두 자취를 감췄고 국영 제약회사가 만든 모조약(제네릭)도 동나면서 환자와 그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밝혔다.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 병원들은 오래 전부터 환자 치료에 필요한 약품과 의료기구를 환자 가족들이 직접 구입해 가져와야만 치료해 주는데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한다는 설명이었다.

    소식통은 “요즘 해열제나 감기약은 구할 수 없는 약이 됐다”며 “코로나 치료와 관계도 없는 조선약(한약)도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북한 돈 1만원(우리 돈 2100원)에 팔던 우황청심환은 2만5000원(약 5100원), 1만5000원(우리 돈 3200원)이던 우황안궁환은 3만5000(우리 돈 7700원)원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요즘 북한에서는 인민반 위생반장이 아침 저녁으로 집집마다 돌며 소금물로 손을 씻고 함수(가글)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 코로나 예방법이라 강조하고 다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주민들은 “소금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면 다른 나라들에서 그렇게 많은 환자들이 발생했겠느냐”며 “영양상태로 안 좋은 주민들에게 민간요법으로 코로나에 대처하라니 그냥 앉아서 죽으라는 소리와 뭐가 다르냐”고 당국을 비난한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