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불상 발사체’ ‘미상 발사체’… 홍길동식 표현 쓰지 않기로이종섭 국방 "도발은 도발이라고 하라"… 애매한 표현 '위협'도 폐기
  • ▲ 북한은 2019년 5월부터 새로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수십 차례 시험발사 했다. 이때 문재인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쏜 것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않고 '불상 발사체'라 불렀다. 그러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와 같은 합성사진을 올리며 文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서 퍼졌던 '불상 발사체' 합성사진.
    ▲ 북한은 2019년 5월부터 새로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수십 차례 시험발사 했다. 이때 문재인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쏜 것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않고 '불상 발사체'라 불렀다. 그러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와 같은 합성사진을 올리며 文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서 퍼졌던 '불상 발사체' 합성사진.
    북한이 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불상 발사체’ ‘미상 발사체’로 부르던 군의 관행이 사라진다. ‘도발’이라는 표현도 다시 쓰게 됐다. 

    문재인정부 시절 군 당국은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쏠 때마다 ‘불상(不詳) 발사체’ 또는 ‘미상(未詳) 발사체’라고 불렀다.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북한 미사일은 무슨 홍길동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 北미사일 정보 공개시 ‘발사체’ ‘위협’ 대신 ‘미사일’ ‘도발’로 표현

    12일 군 당국자들에 따르면, 국방부는 앞으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면, 이를 언론에 공개할 때 ‘미상 발사체’ 대신 ‘미상의 탄도미사일’로 표현하도록 합동참모본부에 지시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도 ‘위협’ 대신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라고 지시했다.

    새로 취임한 이종섭 신임 국방부장관 또한 11일 ‘미상 발사체’니 ‘위협’이니 하는 모호한 표현을 바꿀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은 올 들어 13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자행했다”고 밝혀,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도발’임을 명확히 규정한 바 있다.

    군 당국자들에 따르면, 국방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를 언론에 공개할 때 쓰는 표현 수정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文정부 기조 따라 군 당국, ‘불상(미상) 발사체’ 표현

    군 당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을 탐지하면 합참에서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를 발표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 직후에는 “(1보) 북한, 미상 발사체 발사”라는 내용이다. 한두 시간 뒤에는 “(2보) 북한, 탄도미사일 ○○서 동해상 향해 발사”라고 보낸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북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와 도달 고도, 속도 등을 알려준다.

    군 당국이 눈에 띌 정도로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모호하게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5월부터다. 북한은 이때부터 6개월 동안 다양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을 수십 차례 발사했다. 

    그럼에도 합참은 ‘불상 발사체’라고 계속 표현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탄도미사일을 쏘았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이 표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분석 중”이라며 파악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정은이 불상(佛像)을 쏘았냐? 오늘이 ‘부처님 쏘신 날’이냐”고 비웃으며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그러자 합참은 이후 ‘미상 발사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7일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수중에서 발사했을 때도 ‘미상 발사체’라고 밝힐 만큼 군 당국에 ‘미상 발사체’라는 표현은 이제 습관이 됐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 미사일을 다시 ‘미사일’로 부르고, ‘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서 발표하는 표현의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