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비전투인원 소개작전 발표하려 한다… 2018년 1월 국방부서 긴급전화""전쟁 임박 암시, 한국경제에 공황 일으킬 조치… 누군가 막아 발표되지 않아""朴정권은 중국 압력 버텼지만, 文정권은 中에 경도… 서욱에 사드 포대 처우 항의""북한과 전쟁 가능성 실제로 존재… 트럼프 '얼마나 위대한 동맹이냐' 비꼬아"
  • ▲ 2019년 11월 방한해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마크 에스퍼 당시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9년 11월 방한해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마크 에스퍼 당시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거듭 주장하고, 2018년 초에는 국내 주한미군 가족 전원 철수 명령까지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미국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사드 포대 배치에 무관심하고, 일본과는 싸운 반면 중국·북한과는 대화 하려는 것을 보면서 중국 쪽으로 경도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트럼프, 2018년 1월 주한미군 가족 철수시키려 했다”

    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출간한 회고록 <신성한 서약(A Sacred Oath)>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있었던 일들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완전 철수 주장을 “기이한 주장”이라고 비판한 에스퍼 전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임기응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막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주문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그것은 두 번째 임기 때 우선과제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흡족해 하며 주장을 멈췄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여러 차례 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2018년 1월 주한미군 가족을 전원 철수시키려 했던 사실은 에스퍼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처음 공개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미 육군장관에 임명된 지 2개월이 지난 2018년 1월 나는 국방부에서 긴급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오후에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비전투인원 소개작전(NEO·주한미군 가족 및 미국인 군무원의 탈출작전)을 발표하려 한다”는 전화였다는 것이다.

    2017년 6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해 9월의 핵실험 실시로 트럼프 대통령은 “내 핵 버튼이 (김정은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하다”며 한반도 주변에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강습단 등의 전략자산을 대규모로 배치하는 등 당시는 북한 김정은을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때였다.

    에스퍼 전 장관은 “그런데 주한미군 가족과 비전투요원을 피난시키는 것은 전쟁 임박을 암시하는 것으로 한국경제에 공황을 불러일으킬 조치였다”며 “명확한 설명은 못 들었지만 다행히 누군가가 대통령을 막았고, 이 비전투인원 소개작전은 트위터 등에 발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임기 초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은 진짜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文정부가 사드 포대 대하는 것, 일본과 싸우는 것 보며 중국에 경도될까 우려”

    에스퍼 전 장관은 또한 트럼프 정부 시절 문재인정부가 일본과는 싸운 반면 중국·북한과는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의 모습을 보여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경도될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드(THAAD·종말고고도요격체계) 포대 배치 문제도 이런 맥락과 연결해서 설명했다.

    “평양(북한정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일치한다고 확신했지만, 나는 한국이 무역, 경제, 지리적 이유 때문에 중국의 궤도로 끌려가는 상황을 걱정했다”고 밝힌 에스퍼 전 장관은 “핵심 문제는 한국이 미국을 안보 파트너로 유지하면서 중국은 경제 파트너로 선택하고, 이런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것(안미경중)이었는데, 한국은 이런 양립할 수 없는 길로 향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가 ‘중국의 궤도’로 끌려 들어가는 근거로 에스퍼 전 장관은 ‘사드’ 문제를 꼽았다. “(2017년 사드 배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의 격렬한 반응에도 꿋꿋이 버텼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국의 입장이 바뀌었다. 중국 쪽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2018년 초 육군장관을 맡은 에스퍼 전 장관은 이후 문재인정부에 사드 포대의 생활여건 개선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문재인정부는 “조금만 참아 달라”는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에스퍼 전 장관은 2020년 10월 “한반도에서 사드를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서욱 당시 국방장관에게 통보했다. 당시 서 장관에게 “이것이 동맹을 대하는 방식이냐”며 “당신네 아들·딸이 이런 조건에서 근무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하겠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美, 2019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두고도 文정부 행태 우려

    문재인정부가 2019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한 것은 한국이 중국에 경도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고 에스퍼 전 장관은 설명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한일 간 불화로) 북한과 중국이 이득을 보고 있었다”면서 “한일 간 갈등상황을 본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저으며 ‘얼마나 위대한 동맹이냐’고 비꼬듯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문재인정부와 아베정부 사이에서 일어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과거사 갈등 심화 등을 두고도 에스퍼 전 장관은 “(한·미·일 간의) 내분으로 북한과 중국만 이익을 봤다”며 “큰 그림에서 한일 양국은 물론 미국까지 지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그러면서 “특히 문재인정부는 일본보다 북한과 의견을 더욱 좁히고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이것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17년 말 미 육군장관에 임명됐고 2019년 7월에는 국방장관이 됐다. 임명 초기에는 ‘예스맨’이라고 비판 받았지만, 주한미군 철수 반대, 나토 주둔군 철수 반대, 아프가니스탄 철수 반대 등을 주장하다 2020년 11월 경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