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노조 "기자들이 과방위 의원들에 '개정안 찬성 문자' 돌려""하루 200~300통 문자폭탄 쏟아져… 일부 기자는 전화 걸어 압박"
-
10일 KBS노동조합(KBS 1노조)에 따르면 최근 복수의 국회 과방위 의원들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여·야가 따로 있습니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에 손을 대려는 못된 작태. '정후완타(정치후견주의 완전타파)'가 답입니다. 국민의 방송,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을 두려워하는 공영방송. 의원님 손에 달려 있습니다"라는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하루에 200~300통씩 전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 의원실 관계자 "기자들 갑질로 심리적 부담 느껴"
모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 총국의 KBS 기자들로부터 이 같은 '문자폭탄'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고, 어떤 지역 총국 기자는 대놓고 지역구 의원실로 전화를 걸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조속히 처리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는 게 KBS 1노조의 주장이다.
해당 총국의 기자로부터 관련 전화를 받은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해당 총국 소속의 기자들이 사실상 '갑'이다. 기자들의 갑질로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성권 KBS 1노조위원장은 "현재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무차별 문자폭탄을 날려 노골적인 '입법 압박 갑질'을 하고 있는 KBS 기자들은 모두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소속 기자들"이라며 "언론노조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KBS 현직 기자들이 발벗고 나선 것"이라고 개탄했다.
허 위원장은 "자신들은 '입법 압박 갑질'을 하면서 뉴스에서는 연일 우리 사회의 갑질 행태를 비판하는 위선적 기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며 "박찬욱 감사는 즉시 본사는 물론 해당 총국을 상대로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는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위원회 25人 중 親민주당이 2/3… 사장선임 좌지"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은 KBS·MBC·EBS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를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로 확대하고, 운영위원 추천 권한을 국회·학회·현업단체·종사자·시청자들에게 분배해 이른바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언론노조와 가까운 직능단체나 학회, 방송 종사자들이 운영위원 추천 권한을 지녀, 새롭게 꾸려질 운영위원회가 언론노조나 민주당에 유리한 구조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만약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권을 갖는 운영위원회의 3분의 2 이상이 '친민주당' '친언론노조' 성향 인사들로 채워질 경우, 사실상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부합하는 경영진이 선출돼 정치적 후견주의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언론계 내부에서 제기된 것.
"겉으론 후견주의 배제… 속으론 親민주당 지분 늘려"
KBS 1노조 등의 주장에 따르면 ▲의석 수를 감안할 때 8명의 국회 추천 운영위원 중 민주당 추천인사는 4명이고 ▲방송 관련 직능단체 추천인사 7명은 한국방송협회 2명, 종사자 대표 2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협회 각 1명으로 대부분 '친민주당' '친언론노조' 성향 인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 추천인사 3명 중 1~2명은 친민주당 인사일 가능성이 높고 ▲방송사 경영진이 임명하는 시청자위원회의 추천인사들(3명)도 친민주당 성향 인사로 구성될 확률이 높다는 게 KBS 1노조 등의 분석이다.
▲여기에 시도의회의장협의회 몫으로 예상되는 친민주당 성향 인사가 2명가량 된다고 가정해보면, 총 25명 가운데 17~18명 이상이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들로 꾸려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표이사 선임은 물론 방송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민주당이나 언론노조가 쥐락펴락하는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게 KBS 1노조 등의 주장이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의 운영위원을 추천하도록 한 내용이 없고,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방송 편성에 개입하거나 경영에 참여한 바도 없다"며 "국민의힘과 정의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치 세력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정치권력 입김이 닿지 않게 할 방송법 개정'을 요구했을 뿐,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