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中, 윤석열 당선 후 한국 외교에 적극적 자세 보여”“中에게 연간 400만 배럴 석유 공급받는 北, 한국 외교에 적극적인 中 요구 거부 어려워”‘사드 추가 배치’ 외친 尹 당선되자 中, 한중관계 적극 관리 나서…그 결과 국정과제 수정돼
  • ▲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줄 공약. 이것이 중국 당국을 긴장케 했다는 것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의 분석이다. ⓒ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캡쳐.
    ▲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줄 공약. 이것이 중국 당국을 긴장케 했다는 것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의 분석이다. ⓒ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캡쳐.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당선 이후 한국 외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 발사한 北미사일, ‘정찰위성’ 시험 발사였다면 기술 진전”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4일 낮 12시 3분쯤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로 추정되는 미사일 한 발을 시험 발사했다”며 “이례적으로 5일자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국내 일부 전문가는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한미 당국이 그런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점, 4일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 및 정점고도(각각 470킬로미터와 780킬로미터) 등에 비추어볼 때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지난 2번의 정찰위성 시험발사 때보다 도달 고도나 비행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볼 때 북한의 정찰위성 기술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성장 센터장은 이어 “북한이 이 같은 기술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공개하지 않은 데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그로 인한 한중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中의 대북 정치적 영향력, 제한적이지만 무시할 수 없어”

    정 센터장은 중국이 매년 북한에 공급하는 400만 배럴(약 52만5000t)의 석유가 북한을 움직이는데 지렛대가 됐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대북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이기는 하나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매년 4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공급받고 있어 중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중국이 송유관을 ‘보수’한다는 명분으로 대북 석유공급을 중단할 경우 북한경제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 북한군도 훈련을 못하게 되는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설명이었다. 중국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송유관 ‘보수’라는 명분을 내세워 원유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며 북한을 압박,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속도를 늦추거나 대남강경발언을 자제시키는데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 센터장은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 대상 외교에 적극적인 中

    그렇다면 이것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북한의 침묵과 무슨 관계일까. 정 센터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중국이 적극적인 한국 외교를 펼치고 있는 점”이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때부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지적하며 사드(THAAD·종말고고도요격체계)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힌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중국은 한국의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한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할까 심각하게 우려했다. 게다가 윤석열 당선인이 미국과 일본에는 정책협의단을 보냈지만 중국에는 보내지 않자 그 우려는 커졌다.

    때문에 중국은 대선 결과가 나온 3월 10일 시진핑 국가주석 명의의 축전을 당선인에게 보냈고, 11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통해 전달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10일 먼저 윤 당선인에게 직접 축하 전화를 하고, 11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까지 축하 전화를 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친서 전달은 높게 평가 받지 못했다는 게 정 센터장의 지적이다.

    그러자 시 주석은 3월 25일 다시 윤석열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해 대통령 당선을 축하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5월 1일에는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6자 회담 수석대표)를 한국에 보내 한반도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 당국자 및 전문가들과 정책협의를 갖도록 한 것, 중국이 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도 통상적으로 부총리급을 보내던 관례를 깨고 2인자인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보낸다는 소식도 이런 노력의 연장선이라는 게 정성장 센터장의 분석이다.

    “中 노력 결과 국정과제서 ‘사드 추가 배치’ 빠지고, 한일관계 앞에 한중관계 표시”

    정 센터장은 이 같은 중국의 노력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국정과제를 보면 ‘사드 추가 배치’가 빠져 있고, 외교기조에서도 ‘한일관계’보다 ‘한중관계’를 앞에 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중국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이 한중관계 관리와 개선을 위해 상호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4일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국 측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바로 이런 시점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중국 지도부는 매우 불쾌해하면서 주중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 지도부에 자제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정 센터장은 추정했다.

    정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속도를 늦추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실용주의적인 대중 외교를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