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당론 발의KBS·MBC노조 "개정안은 좌파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운영위원회 25人 중 親민주당이 2/3‥사장선임 좌지""겉으론 후견주의 배제… 속으론 親민주당 지분 늘려"
  • ▲ 지난 18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행동하는자유시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소속 조합원과 회원들. ⓒKBS노동조합 제공
    ▲ 지난 18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행동하는자유시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소속 조합원과 회원들. ⓒKBS노동조합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소속 의원 171명 전원 명의로 발의한 일명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이 민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법안이 겉으로는 정치권에서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관행을 바꿔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포장됐으나, 실상은 민주당의 동의 없이 사장이나 이사(운영위원)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선출 구조를 바꾸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부터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연달아 발표한 KBS·MBC노동조합과 KBS직원연대 등은 민주당이 입법 추진을 포기할 때까지 '무기한 연대 투쟁'에 들어갈 뜻을 밝혀 법안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행정부 개입' 줄인다는 명목… '정부 몫' 없애고 '시청자 참여' 확대


    본지가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정필모 의원을 대표로 하는 민주당 의원 전원은 KBS·MBC·EBS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를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로 확대하고, 각 방송사별로 25명의 공영방송운영위원들이 사장을 선임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 추천을 받아 공영방송 이사진을 임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시청자나 지방의회, 방송 관련 직능단체들도 운영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정치권의 '입김'을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앞서 공영방송 이사회를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하는 방안을 처음 내놓은 정필모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여·야)에서 6명 ▲시도광역단체장 협의회에서 4명 ▲정부에서 2명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에서 5명 ▲방송 관련 직능단체에서 8명을 추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는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기존 이사회의 기능을 대체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언론 현업 6단체(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들과 협의를 거치면서 '정부 추천 몫'이 빠지고 '정당 추천 몫'은 늘어나는 등 일부 수정이 이뤄졌다.

    행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정부 추천을 없앤 민주당은 국회 몫을 8명으로 확대하는 대신, 여당 몫이 4명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어 국회 의석 수 비율에 따라 교섭단체 7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추천 가능한 운영위원 수를 배분했다. 이에 따라 의석 수가 가장 많은 민주당에서 4명을 추천하고,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각각 3명과 1명을 추천하는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또한 지역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시도광역단체장 대신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추천(4명)으로 바꾼 민주당은 EBS의 경우 '교육방송'이라는 특성 때문에 교육 관련단체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방송 3사 시청자위원회에서 1명씩 추천하도록 했고,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가 추천하는 운영위원은 5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당초 8명을 추천하도록 했던 방송 관련 직능단체는 7명만 추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방송협회와 방송 3사의 종사자 대표가 2명씩 추천하고,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각각 1명씩 추천하는 방식으로 일부 조항이 수정됐다.

    "민주당+언론노조 마음대로 공영방송 사장 뽑을 수 있는 구조"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과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사실상 민주당과 언론노조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인사 중 민주당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계열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해 사실상 민주당이 마음대로 공영방송의 대표이사를 뽑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KBS노조 등의 주장에 따르면 ▲의석 수를 감안할 때 8명의 국회 추천 운영위원 중 민주당 추천인사는 4명이고 ▲방송 관련 직능단체 추천인사 7명은 한국방송협회 2명, 종사자 대표 2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협회 각 1명으로 대부분 '친민주당' '친언론노조' 성향 인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 추천인사 3명 중 1~2명은 친민주당 인사일 가능성이 높고 ▲방송사 경영진이 임명하는 시청자위원회의 추천인사들(3명)도 친민주당 성향 인사로 구성될 확률이 높다는 게 KBS노조 등의 분석이다. ▲여기에 시도의회의장협의회 몫으로 예상되는 친민주당 성향 인사가 2명가량 된다고 가정해보면, 총 25명 가운데 17~18명 이상이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들로 꾸려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노조 관계자는 "종사자 대표 2명을 누구로 정할 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최대 규모의 이익단체가 유리하다고 볼 때 언론노조인 KBS 2노조와 MBC 1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게다가 언론노조와 가까운 방송 관련 직능단체 몫도 크기 때문에 새롭게 꾸려질 공영방송운영위원회가 민주당에 유리한 구조로 조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사장 선임 절차를 규정한 항목 보면 시청자사장추천평가위원회가 복수로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재적 운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다수제가 도입됐다"며 "이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방송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민주당이나 언론노조가 원하는 대로 끌고 나갈 것"으로 우려했다.

    "민주당發 방송법 개정안은 김의철 KBS 사장 보호법"

    지난 28일 "'김의철 사장 보호법' '민노총 사장 보호법' 결사 저지 돌입"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운영위원 추천권이 당초에 알려졌던 내용보다도 더 언론노조의 우위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강화됐다"고 분석한 KBS노조는 "먼저 언론노조가 2명의 추천권을 배정받고, 언론노조와 친한 미디어 관련 학회와 직능단체들이 추천권을 거머쥐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며 "이 법안이 정치적 후견주의를 방지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김의철 KBS 사장 보호법, 민노총 사장 보호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천권을 행사하는 차기 방송협회장이 어이없게도 김의철 사장"이라고 지적한 KBS노조는 "이런 악법이 현실화되면 그동안 우리가 겪어왔던 각종 불공정 보도참사는 지속될 것이 뻔하며 국민의 뜻과 괴리된 그들만의 공영방송이 법으로 보장받는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단했다.

    실제로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1일 정기총회에서 김의철 KBS 사장을 차기 방송협회장으로 선임했다. 부회장으로는 현 협회장인 박성제 MBC 사장을 포함해 박정훈 SBS 사장, 김유열 EBS 사장, 김진오 CBS 사장 등이 선임됐다. 이들의 임기는 오는 8월부터다.

    "'현 MBC 사장' '방문진 이사' 임기 보장 '꼼수' 숨어 있어"


    같은 날 "좌파 방송영구장악 법안 당장 철폐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MBC노조는 "민주당이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법 일부 개정안의 내용이 경악스럽다"면서 "추후 방통위가 여당에 넘어가더라도 여유 있게 과반을 확보해 방송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좌파 성향에 맞게 끌고갈 수 있다"고 해석했다.

    MBC노조는 "앞으로 6개월 뒤에 시행되는 이 법에 따르면 좌파진영과 언론노조 측은 ▲야당 추천 4명 ▲미디어 학회 추천 3명 ▲시청자위원회 추천 3명 ▲방송협회 추천 2명 ▲직원대표 추천 2명 ▲기자·피디·기술인연합회 추천 3명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추천 1~2명을 확보해 최소한 18~19명의 운영위원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며 "결국 3분의 2 이상의 운영위원이 친민주 계열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현재 방문진 이사를 그대로 운영위원으로 인정해 임기를 마치게 하는 뻔뻔스러운 경과규정이 들어 있다"며 "좌파의 흉측한 속내와 비민주성을 여실히 드러낸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의 운영위원을 추천하도록 한 내용이 없고,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방송 편성에 개입하거나 경영에 참여한 바도 없다"며 "국민의힘과 정의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치 세력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정치권력 입김이 닿지 않게 할 방송법 개정'을 요구했을 뿐,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