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건강 고려해 유동적으로 재판하자"… 유동규 측 "납득할 수 없다" 무단퇴정
  •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 재판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 증거조사가 차질을 빚게 됐다. 재판부는 이번주에만 네 번의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의 건강 이상 호소에 오는 26일과 28일 재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29일 재판만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 회계사의 녹취록 증거조사는 다음 재판기일 진행상황에 따라 길게는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5일 유 전 본부장 등 5명을 대상으로 한 23차 공판을 열었다.

    당초 이날 재판은 대장동사건의 핵심 증거인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고, 각 피고인들의 변론을 들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재판이 시작하자마자 피고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구치소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유동규 측 "재판 진행하는 것은 무리"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후로 건강을 회복하지 못해 식사도 하지 못했다"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가혹한 일이고, 이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법정에서는 몸도 좋지 않은 피고인더러 오래 앉아 있으라고 한다"며 "제가 (피고인의) 변호인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진행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의 건강상태를 감안해서 재판을 진행하자"며 "피고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중간중간마다 휴정을 하는 식의 유동적인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한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 2명은 오전 10시40분쯤 무단으로 법정에서 나갔다. 반면, 유 전 본부장은 법정에 남아 있었다. 

    발언권을 얻은 유 전 본부장은 "저는 단 1초도 숨을 쉬고 살고 싶지 않아서 그런(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그것만이 재판부에 진실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미리 유서를 써놓고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이제까지 사람이 누명을 쓰면 재판을 통해서 밝혀지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법정에서도 편견을 갖고 본다면 도대체 어디에 가서 하소연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검찰 측도 유 전 본부장의 건강상태를 염려했다. 검찰은 "일단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재판을 진행하기가 좀 어렵다고 본다"며 "(유 전 본부장의 건강을) 체크한 뒤에 재판부가 결정하시라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검찰 "유동규, 병원 정밀검사서 정상"

    다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피고인이 지난 20일 기상 시간에 일어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아 의무실에서 검사를 했으나 정상이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했으나 역시 정상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은 서울구치소에서 하루 한 알의 수면유도제를 받아왔는데, 수면유도제는 효능이 수면제와 다르고 위험성이 낮다"며 "수면제 복용 사실 등이 불명확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확한 조사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