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폭행, 사기, 성폭력 등 민생사건 점검장치 사라져… 피해자 권리구제 어려워검사가 주로 담당했던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등 구조적 비리엔 '수사공백'대형참사 검경 합동수사도 불가능… 힘 있는 범죄자는 빠져 나가고 힘 없는 국민만 피해형사절차 기본법 사실상 전면 개정하면서… 청문회, 공청회 등 숙의 절차도 없어 법안 발의 2~3주 만에 국회 통과 시도… 비정상적 방법으로 안건조정제도 형해화
  • ▲ '검수완박' 법안 대응을 위해 전국 평검사 대표들이 밤샘 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20일 오후 7시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 부장검사 대표 50여 명이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검수완박' 법안 대응을 위해 전국 평검사 대표들이 밤샘 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20일 오후 7시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 부장검사 대표 50여 명이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두고 9시간가량의 마라톤회의를 마친 부장검사들이 검찰 수뇌부를 향해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오수 총장은 "검찰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부장검사들 "박탈되는 것은 검찰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전국 40개 검찰청 69명의 부장검사는 철야토론을 끝낸 21일 오전 성명을 내고 "'검수완박법'은 범죄방치법이다. 박탈되는 것은 검찰의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라면서 "범죄수사와 재판실무 현장은 큰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 오롯이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장검사들은 그러면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검찰 고위 간부들을 향해 "형사사법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지난 20일 진행된 전국평검사대표회의에서도 김 총장의 거취 표명을 비롯해 검찰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은 같은 날 출근길에 '검수완박' 법안에 검찰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회가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서 신중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검찰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다짐이다.

    "검수완박 통과되면, 피해자 권리구제 약화한다… 수사공백 발생할 것"

    이날 부장검사들의 회의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장검사들은 20일 진행된 평검사회의에서 제기된 '수사 공정성을 위한 내·외부 견제장치 마련 제안'에 "적극 공감한다"고 동의했다.

    구체적으로 부장검사들은 "저희들도 수사 개시와 종결에 이르기까지 내부 점검과 국민의 감시를 철저히 받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해 대검에 건의할 계획"이라며 "검사장회의에서 제시한 국회 특위가 구성되면 국민에게 더 좋은 형사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나갈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검수완박법안이 통과되면) 음주사고·폭행·사기·성폭력 등 민생사건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단계적 점검 시스템이 사라져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약화될 것"이라며 "검사가 주로 담당했던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 등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는 메울 수 없는 수사공백이 발생하여 거악이 활개치고 다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장검사들 "민주당 일방적 입법 시도… 비정상적 방법으로 형해화"

    또한 "대형참사 사건에서 검·경 합동수사도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부장검사들은 "그 결과 권력과 재력이 있는 범죄자들은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힘 없는 국민은 자신의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고 억울한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장검사들은 "법안의 내용이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하고, 사법 통제를 무력화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경찰이 죄가 없다고 결정하면 피해자로서는 검사에게 호소할 방법조차 없어 헌법상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도 침해된다. 대법원·대한변협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 시민단체도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장검사들은 특히 민주당을 향해 "172석의 다수당이 법안 발의 후 2~3주 만에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형사 절차에 관한 기본법을 사실상 전면 개정하면서도 청문회·공청회 등 숙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일방적인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의 안건조정제도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형해화하고 있는 점도 심히 우려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