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보복성 징계'文 → 尹 정권 바뀌자, '방송강령·준칙' 전면 개정언론노조원이 '정당한 지시' 거부할 명분 만들어
  • ▲ 박성제 MBC 사장. ⓒ뉴시스
    ▲ 박성제 MBC 사장. ⓒ뉴시스
    MBC가 최근 노사 합의로 방송강령·준칙을 전면 개정했다고 한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의하면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에서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실무를 담당하는 기자 및 PD'는 특정한 개인, 단체 및 기관의 관점에 기대지 않고 사회적 정의와 직업적 신념에 따라 독립적으로 직접 취재하며, 취재 결과물 및 편집본에 대한 1차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는 기존 조항과 함께 ‘거부권 신설’을 넣었다는 것이다.

    “실무자는 사회적 정의, 직업적 신념과 양심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취재한 사실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은폐나 삭제를 요구받았을 때 해당 보도·제작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실무자는 자신이 취재·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 사항 및 그 논의 과정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실무자와 사전 협의없이 내용이 수정·변형·왜곡되거나 상당한 이유없이 방송이 취소될 경우, 혹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을 경우 실무자는 시사·보도 부문의 상위 책임자에게 그 경위에 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MBC는 또 윤리강령에선 비정규직·프리랜서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했다고 한다. "MBC 임직원이 다른 임직원이나 자사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외주·도급·파견·용역 등 외부 근로자에게 직장 내 지위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MBC 노사는 이러한 개정 방향이 보도·제작 실무자 권한을 보장하고, 실무자의 부당지시 거부권을 명시하여 공영방송 가치를 구체화하는 방향이라고 홍보한 모양이지만 필자와 같은 국민이 보기엔 우선 의문이 든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내용대로라면 공영방송 관련 사규 전면 개정은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노사가 2019년 단협을 복원했지만 2021년 7월 MBC 정상화위원회가 활동을 마치면서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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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MBC 노사는 (말이 노사이지 결국은 언론노조 출신 경영진 사측과 기득권노조인 언론노조 MBC본부로 합이 잘 맞는 한팀이나 마찬가지다) 소위 적폐청산 기구인 MBC정상화위원회를 끝내고 정권이 바뀐 뒤에야 거부권 신설 등 조항을 강화했다.

    MBC는 이번 방송강령 준칙 개정 전 문재인 정권의 보이지 않는 비호 속에 정상위원회라는 괴이한 기구를 만들어 적폐청산을 한다며 과거 시사·보도 프로그램 실무자들을 강제로 불러다 ‘답변하지 않으면 수사의뢰를 하든가 중징계하겠다’는 식으로 진술을 강요하고 징계 등으로 보복했다.

    이러한 MBC의 보복행위는 탄압받은 기자 PD 등 실무자들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MBC정상화위원회가 반복적으로 비위사실 자백을 강요함으로써 피조사자의 존엄과 인간으로서의 가치, 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했다"는 판결문이 생생하게 증명한다. 그러니 한번 묻자.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하필이면 정권교체가 된 직후에야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 개정에 ‘거부권 신설’ 조항을 넣었나.

    혹시 윤석열 정권이 임명할 새 경영진을 비토하고 공격할 신무기를 만든다는 의미는 아닌가. 예컨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시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적극 뒷받침했던 언론노조 MBC 노사는, 반대로 윤석열 정권에서 원전복구 정책에 관련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만든다고 한다면 실무자들이 거부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배현진 의원이 MBC 아나운서 시절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출신 사장 최승호는 배현진을 앵커 자리에서 강제 하차시키고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조명기구 창고로 쫓아버렸다. 과거 보수 정권 시절 열심히 일했다는 이유로 기자와 PD 등 실무자들을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억지 징계하고 왕따시키면서 직장내 괴롭힘을 직접 시전하는 등 인격권과 양심의 자유를 짓밟았던 주인공들이 바로 이번에 방송강령·준칙을 전면 개정하는데 힘을 모았다는 현재의 MBC 언론노조 노사 양측이다.

    자신들이 적폐청산한다며 정적으로 여기는 동료들을 상대로 실컷 만행을 저지른 뒤, 그것도 정권교체가 된 이후에야 방송강령·준칙을 개정한 것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잔꼼수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권을 남용했던 민주당이 이제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검수완박’ 타령하며 검찰 권한을 있는 대로 축소하려는 내로남불의 행태와 똑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거부권 신설’ 조항 자체도 문제가 있다. 이 조항에 의하면 실무자는 속된 말로 자기 양심과 신념을 핑계로 정당한 제작·보도 지시도 마음껏 거부할 수 있게 된다. 그 실무자의 판단이 선인가? 특정 정치진영과 이념을 따르는 편향의 언론노조 MBC본부 실무자들이 '정당한 지시'를 거부할 우려는 그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공영방송 MBC가 여전히 특정 세력 손아귀에서 놀아나리라는 걱정을 하나 더 얹어주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꼼수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MBC 노사의 속셈을 지적하긴 했지만 이번 개정이 완전히 틀렸다곤 할 수 없다. 그러나 선행되어야 할 게 있다. MBC 노사가 저지른 적폐청산 만행에 대해 동료들과 국민에게 우선 사과하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진정성’ 없이는 대국민 기만술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