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조정위의 최종 조정안에 "70세 이상 턱없이 낮아"
  •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합의를 위한 피해자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합의를 위한 피해자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살균제 제조·유통기업 사이를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최종 조정안에 피해자들이 반발하며 거리에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합의를 위한 피해자 단체'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만한 조정안이 도출되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조정위는 지난달 기업과의 개별 합의자 등을 제외한 피해자들에게 최대 4억8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 단체는 "피해가 가장 심각한 폐 이식자조차 최고 등급인 '초고도'로 인정하지 않는 엉터리"라고 반발해 이에 최종 조정안이 나왔다.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가 재조정안 힘써달라"

    피해자 단체는 보상 기준 연령을 피해 당시 연령으로 조정하고, 향후 치료비 전액 보장 등 내용이 담겨야 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조정위는 최근 간병비 증액·미래 간병비 일부 보장을 골자로 한 최종 조정안을 내놨다. 해당 안은 조정 대상인 피해자 7027명(피해 판정 대기자 포함) 중 절반 이상인 3513명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동의를 받으면 최종 성립된다.

    송기진 '가습기살균제 기업책임 배보상추진회' 대표는 "조정안에 제시된 금액은 피해지원금 성격이라 피해자들이 수용 못 할 수준이다"면서 "연령에 따른 차별도 있어 70세 이상 생존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금은 형편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것은 기업들이지만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기업의 적극적인 자세와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 진정한 사과로 배보상 문제가 매듭지어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윤 당선인은 조정위를 통해 피해자들과 기업 간 원만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인수위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빅팀스'도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조정안에 반발하며 전면 재조정을 요구했다. 조순미 빅팀스 투쟁본부 위원장, 이태호 빅팀스 투쟁본부 대표 등 총 2명의 피해자는 지난 26일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순미 위원장은 이날 "윤 당선자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 위원장은 "기업은 반쪽짜리 조정안을 내놓고 피해자들에게 전부 배상한 것처럼 하고 있다"며 "파행적인 결과를 병상에 누워서 기다릴 수 없고, 인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가해 기업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참사에는 정부 책임도 있다"며 "정부가 역할을 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과 가해 기업 SK 대표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태호 빅팀스 투쟁본부 대표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어느 누가 당했을지 모른다"며 "가해 기업 관계자들은 자신과 가족이 이런 참사 피해를 봤다면 이 같은 조정안을 수용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조정위에 따르면 84살 이상 피해자는 최저 금액인 2500만원, 초고도 등급인 1살 피해자는 최대 금액인 5억3522만원을 받게 된다. 사망자 유족 지원금은 2억~4억원인데 특별유족조위금, 구제급여조정금, 추가지원금 등이 공제된다. 

    조정위는 조정 결과를 다음주께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