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는 협상대상 아니다”던 젤렌스키, 27일 “돈바스·크림반도 문제, 중립국화 논의하자”러 “푸틴-젤렌스키 담판, 비생산적” 거부했지만…전쟁 목표 ‘돈바스 독립’으로 대폭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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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중립국화 논의 가능…돈바스·크름반도 문제도 대화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핵무장 포기를 포함해 중립국화 문제에 대해 러시아와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다만 제3자의 보장을 받고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겠지만 평화협상에서 논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평화협상에서 동부 돈바스 문제와 크름반도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며 “내 기억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이유도 이 문제들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나는 이런 문제와 관련해 단순한 종이 한 장으로 치부되는 게 아닌, 진지한 조약에 서명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2월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으로 ‘휴지조각’이 돼 버린 ‘부다페스트 각서’의 전철은 밟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다페스트 각서’는 1994년 당시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중재 아래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안전을 보장받기로 합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러 외무 “푸틴-젤렌스키 회담, 현재로선 비생산적” 거절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완전한 무장해제를 제외하고 러시아가 요구한 거의 모든 주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영토는 1인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식적인 태도는 아직 미지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내용이 전해진 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8일 “(푸틴-젤렌스키 간의) 담판은 현재로선 비생산적”이라며 “우리는 구체적인 결과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담판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물러서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 25일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부참모장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육군중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시행한) 특별군사작전의 1단계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며 “우크라이나 군 전력이 상당히 감소한 만큼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발표가 나오자 외신들은 “러시아가 현재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 목표를 축소하고 출구전략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침략이 지연되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를 재설정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크라 군 정보기관 “러,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단하려 해” 우려
25일 러시아군의 발표에 이어 27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평화협상 의지를 밝히자 외신들은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제5차 평화협상에서 휴전의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러시아의 전쟁 목표 축소가 실은 우크라이나를 분단시켜 내부 분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보고 우려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지난 27일 돈바스 지역을 점유한 친러 분리주의 반군세력이 조만간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에 편입되려는 것을 맹비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새 전략은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단시키려는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장악한 (돈바스 등)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은 게릴라전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국방정보국장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우크라이나 의중은 29일 이스탄불 제5차 평화협상에서 제대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 협상에서 돈바스·크름반도 문제 논의 여부에 따라 ‘분단’이 현실화될 것인지도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러시아 크렘린궁은 “협상 과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며 5차 평화협상에서 어떤 주제를 논의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