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다수제로 공영방송 이사 뽑고… 언론노조 '정치적 강령'부터 뜯어 고쳐야
  • 김의철(좌)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 ⓒ뉴시스·KBS, MBC 제공
    ▲ 김의철(좌)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 ⓒ뉴시스·KBS, MBC 제공
    5월이면 윤석열 정부가 새로 들어서지만 신정부를 둘러싼 언론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 예컨대 ‘김만배 녹취’로 윤 당선인을 막판까지 괴롭혔던 MBC 사장의 임기는 2023년 2월까지이고 KBS 사장의 임기는 그보다 더 긴 2024년 12월 9일까지다. MBC 사장은 2019년 서초동  조국수호 집회에 ‘딱 보면 100만명’이라는 유명 어록을 남기며 ‘대깨조(조국)’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고 KBS 사장은 ‘적폐세력의 부활을 경계한다’며 현 보수야당을 적폐로 규정하고 공공연한 적의를 드러냈던 인물이다.

    사장 포함 경영진을 바꿀 수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KBS 이사회 이사진 교체도 2년 반 뒤에나 가능하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이사회가 2024년 8월까지 KBS와 MBC를 관리감독하게 된다. 오는 6월 여야가 강대강으로 맞붙는 지방선거까지 겹쳐 정권 초기 언론의 허니문 기간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말이 딱 실감나는 정국이다.

    엊그제 자유언론국민연합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에서 언론노조를 무고와 명예훼손, 업무방해, 허위사실공표죄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기간 '(민주당 정권이) 강성 노조 전위대로 세워서 갖은 못된 짓을 다 하는데, 그 첨병 중의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다' '정치개혁에 앞서 (언론노조를) 먼저 뜯어 고쳐야 한다'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왔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언론노조가 이러한 발언이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윤 당선인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고발사유라고 한다.

    재미있는 건 윤 당선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언론노조가 15일엔 "윤석열 당선인의 국민통합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에서 시작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국민통합을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요구인데, 한쪽에선 고소하고 다른 한쪽으론 유화책을 제시하는 게 전형적인 공산당 수법을 연상시킨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극단적으로 정파적인 선동과 저널리즘의 몰락을 가져왔다" "윤석열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말한 ‘국민통합’은 언론으로 표출된 양당 정치의 폐단과 정치적 양극화의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 "특히 공론장의 양극화와 양당 대결 구도를 확대재생산하는 지금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일은 국민통합을 위해 반드시 선결적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 "따라서 인수위에서는 언론과 미디어 정책을 국민통합의 연장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수행할 정부조직 개편의 논의도 국민통합특별위원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 등이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윤 당선인의 언론노조에 대한 시각은 매우 정확하다고 판단한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윤 당선인은 자신이 마주한 언론지형에 대해 매우 현실성 있는 조언을 들은 것 같다. 다만 정치개혁에 앞서 언론노조를 뜯어 고쳐야한다고 했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실천불가능한 일이다.  

    윤석열 당선인 뺨 때리고 손 내민 언론노조, 새 정부가 앞으로 할 일

    이미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처참하게 실패한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그때는 국회 사정도 윤 당선인보다 훨씬 좋았다. 공영방송 이사회, 방통위 등 언론 관련 기관 다수의 인사를 추천해 숫자로 밀어붙이고 장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소위 보수 정치인들이 자기 사람 이놈저놈 꽂아 넣었지만 원칙 없는 기회주의 인사로 인해 오히려 내분과 배신이 일어나고 사장이 퇴출(김재철 전 MBC 사장 케이스)되는 일마저 벌어졌다.

    현재 문 대통령과 민주당 추천 인사들이 다 물러가고 공영방송 이사회나 경영진을 싹 갈아치우더라도 언론노조를 뜯어고칠 수 없다는 현실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할 일은 최소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그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법은 특별다수제이고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책은 개선을 빙자한 개악이니 말려 들어선 안 된다는 것, 궁극적인 개혁(개선) 방향으로는 민영화라는 것을 윤 당선인이 인지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개혁에 앞서 (언론노조를) 먼저 뜯어 고쳐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문제인식이 진심이라면 한 가지 개혁의 팁을 주고 싶다. 언론노조는 강령 등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조합의 정치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諸)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하는 조직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계급의식으로 무장하여 특정 계급의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방송법 위반이니만큼 윤석열 정부는 언론노조 개혁에 있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어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개혁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언론의 지독한 편향성과 진영논리에 갇힌 전투적 보도의 원인 열 중 여덟, 아홉은 바로 언론노조의 이러한 정체성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의 심각성만 바로 인식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조금씩 전진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 언론개혁이란 게 그리 거창한 일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