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보안·경호에 허점 많은 국방부 청사…교통혼잡·민원인·경호인력 등 문제국립중앙박물관과 청와대 맞교환 하면… '광화문 역사문화 스트리트' 자연스레 형성돼
  • ▲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부지 내에 9개 건물이 있음에도 여러 이유로 국방홍보원 건물을 새로 짓고 있다. ⓒ뉴데일리 DB.
    ▲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부지 내에 9개 건물이 있음에도 여러 이유로 국방홍보원 건물을 새로 짓고 있다. ⓒ뉴데일리 DB.
    지난 며칠 동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대신 쓸 집무실을 놓고 국방부 안팎이 소란스럽다. 처음에는 서울 광화문 소재 정부서울청사와 별관(외교부 청사)이 거론되다 금주 들어서는 국방부 청사가 계속 언급되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16일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음에도 여러 언론들이 ‘단독’ 명패를 걸고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확정됐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해당 보도는 대부분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국방부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할 경우 이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사실은 직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 청사 사용 시 문제 1. 경호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할 경우 가장 크게 떠오르는 문제는 경호다. 국방부는 그동안 주변의 고도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국방부 주변으로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대형 건물들이 늘어섰다.

    삼각지역 앞의 용산 파크자이,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를 시작으로 남쪽으로 용산 파크E편한세상, 벽산 메가트리움이 있다. 신용산역 일대에는 아모레퍼시픽 빌딩, LS타워를 비롯해 용산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 래미안 더센트럴,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용산시티파크, 파크타워아파트, 용산 푸르지오서밋 등의 고층아파트가 국방부를 '내려다보고' 있다.

    때문에 안보 관련 기자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에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선 “이제 저격총만 있으면 대통령을 언제든지 저격할 수 있겠다”는 평을 내놓는다. 참고로 현재 각국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12.7mm 구경 저격총은 당초 개발 목적이 장갑차 공격용이어서 일반 방탄유리로는 막을 수 없다.

    여기다 용산 미군기지 가운데 곧 반환될 사우스포스트 일대가 당초 정부 계획대로 공원으로 조성된다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원과 국방부 및 헬기장 사이에 담장 하나만을 경계로 두게 된다. 게다가 국방부는 현재 인원부족을 이유로 외곽 경비를 예전처럼 하지 않고 있다. 만약 대통령 경호를 맡는 경호처와 경찰청, 제1경비단 등이 국방부 부지 전체를 경비하게 되면 인력난으로 다중경호체계가 흐트러질 수 있다.

    이처럼 생각보다 국방부의 경호 및 보안이 허술한 이유는 전쟁 양상의 변화 때문이다. 이제는 남북 간 전쟁이 나면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부터 날아오기 때문에 산 속에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국방부가 테러를 당할 정도면 이미 전쟁이 났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를 겨냥한 테러와는 다른 의미라는 말이다.
  • ▲ 신용산역 일대에 들어선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 모두 30층 이상의 고층이다. 또한 국방부-합참 청사와 불과 수백 미터 떨어져 있다. ⓒ네이버 지도 캡쳐.
    ▲ 신용산역 일대에 들어선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 모두 30층 이상의 고층이다. 또한 국방부-합참 청사와 불과 수백 미터 떨어져 있다. ⓒ네이버 지도 캡쳐.
    국방부 청사 사용 시 문제 2. 교통혼잡, 민원인 관리와 안전 문제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에 두게 되면 다른 문제도 생긴다. 국방부 출입구는 두 곳이다. 이 가운데 종합민원실 방면 앞은 왕복 5차선 도로다. 녹사평역에서 삼각지역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상습 정체구간이다. 만약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에 들어서게 되면,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련 업무용 차량과 민원 차량, 국방부 관련 각종 공사차량 등이 몰려들면서 일대 교통은 더욱 혼잡해질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 분수대와 출입로 일대에서 종종 벌어지는 시위 등을 고려하면 국방부 주변은 연중 교통마비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민원인 관리도 힘들어진다. 청와대의 경우 민원인들은 만날 부서에 미리 연락을 한 뒤 연풍문에 설치한 면회소에서 담당자와 만난다. 아니면 외부에서 약속을 잡는 게 일상적이다. 보통 청와대를 찾는 민원인은 많아봤자 하루 수백 명 이내다.

    반면 국방부를 드나드는 사람은 하루 최소한 수백 명, 많을 경우에는 천 단위에 이른다. 현재 국방부 부지 내에는 국방홍보원 청사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이를 위한 레미콘 차량 등 각종 공사차량이 계속 드나든다. 또한 청사 내부의 통신망 및 공조 설비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 시설공사를 위한 인력, 청소 등 각종 용역을 맡은 인력은 연중 매일 드나든다. 국방부 등과 관련한 민원인들도 하루 수백 명 이상이 출입한다. 또한 청사 옆 육군회관에도 매일 수십 수백 명의 민간인들이 출입한다.

    이들도 원칙적으로는 만나야 할 담당자에게 미리 연락해 출입조치를 받은 뒤에 국방부 내에 들어올 수 있다. 해당 담당자는 민원인이 퇴청을 할 때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사 관계자, 매일 물품 납품 또는 유지보수를 하는 인력들은 상시 출입증을 받아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차량은 검색도 받지 않는다. 청사 지하주차장 출입도 자유롭다. 폭탄을 실어나른다 해도 알 도리가 없다. 군 당국이 출입 관리를 규정대로 강력히 할 수 없는 이유는 단속을 하면 이에 불만을 품고 민원을 넣는 방식으로 군인들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총든 군사경찰을 막 대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해서 태도를 달리 할 가능성은 낮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청와대를 맞바꿀 경우의 이점

    국방부 대신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할 만한 기관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2005년 10월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13만7000㎡ 규모의 건물이다. 부지 면적은 30만7200㎡로 알려진 청와대 부지(약 25만㎡)보다 더 넓다. 또한 박물관이다 보니 소장품 보존을 위해 공조시설도 잘 돼 있다.
  • ▲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와 맞닿아 있다. 부지 면적은 청와대보다 더 넓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 마련도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와 맞닿아 있다. 부지 면적은 청와대보다 더 넓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 마련도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입지를 보면 뒤쪽(북쪽)으로는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와 국방부가 있고, 남쪽으로는 왕복 10차선 도로가 있다. 도로 건너편은 다시 넓은 철길이 있고, 그 너머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가장 가까운 아파트가 코오롱 이촌아파트임에도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는 3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이나 국방부 청사로 했을 때 고민거리인 관저 문제는 주한미군 사령관 관사를, 영빈관은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에 있는 드래곤힐 호텔을, 대통령실 직원들의 관사는 미군 간부숙소를 개수해 사용하면 해결된다.

    교통이 비교적 불편한 점이나 큰 도로가 있는 점은 오히려 경호상 장점이 될 수 있다. 시위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사우스포스트 일대가 공원이 되면, 주말이나 휴일에 시위를 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서울 최대의 가족공원에 가족 단위 또는 연인들이 쉬러 왔는데 그곳에서 시위를 열었다가는 여론만 악화될 뿐이다.

    이런 방안을 활용하면, 대통령이 ‘전시지휘용 지하벙커’를 사용하는 문제부터 국민과 소통하는 문제까지 여러 가지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렇다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손해를 보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청와대는 여러 개의 야트막한 건물로 이뤄져 있고, 대부분의 부지는 정원처럼 꾸며져 있다. 가족을 위한, 공원 같은 박물관을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게다가 남쪽에는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이, 동쪽 삼청동으로 가면 국립현대미술관이, 길을 따라 광화문으로 나가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청와대부터 광화문까지 역사와 문화로 가득 찬 '박물관 거리'를 자연스레 조성하는 셈이다.

    종로와 용산, 제대로 안 보고 대통령 집무실 위치 선정하는가

    대통령직 인수위 주변에서 나오는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이전설’은 사실 국방부와 용산미군기지를 비롯한 용산구, 그리고 종로구 통인동과 삼청동, 청와대 일대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 만약 이 일대를 수 년 이상 돌아보고 주민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봤다면 ‘국방부 이전설’과 같은 계획은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 집무실은 국방부 청사에 두고,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관사를 쓰고, 전시지휘소(지하벙커)로는 차량 이동하면 된다. 국방부는 부서별로 찢어서 과천과 합참청사, 국방컨벤션센터 등으로 나눠 입주하면 된다”라고.

    만약 그들이 종로구, 중구, 용산구, 동작구로 이어지는 축선을 한 번 살펴봤다면, 국방부와 청와대의 특징을 생각해 봤다면, 그렇다면 이런 말은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