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위에 "18일까지 대선 기여 공로자 추천하라" 공문 내려윤호중 "보고받지 못 했다… 경위 파악해보겠다""대선 패배로 평당원들 속 부글대는데 특별 공로자 뽑는 게 말이되나"
  •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종현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종현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특별 공로자들에 대한 '포상 작업'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대선 패배로 지휘부가 총사퇴했는데 특별 공로자들을 가려내 포상을 내리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각 지역위원회에 오는 18일까지 대선 기여 특별 공로 포상 대상자를 추천하라는 공문이 내려갔다.

    특별 공로자, 공천 가산점 최대 25% 획득

    민주당 당규는 당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경우 최소 10%, 최대 25%의 공천 심사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포상 결과에 따라 오는 6월 지방선거 공천을 좌우할 수 있는 셈이다.

    추천 규모는 서울시당 60명, 경기도당 80명, 전남·전북도당 각 40명 등 총 400명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선에 기여한 분들에게 일종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3·9 대선 직후인 지난 10일 송영길 대표와 당 최고위원 등 지도부 전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송 대표는 "저는 평소 책임정치를 강조해왔기에 당 대표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자 한다"며 "최고위원 여러분도 함께 사퇴 의사를 모아주셨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 이후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맡은 뒤 비대위 구성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13일 발표한 인선에 따르면, 민주당 비대위는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26)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위원장에 앉히고 당분간 비대위 체제를 이끌기로 했다. 

    이 밖에도 광주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청년창업가 김태진 동네주민대표와 △권지웅 민달팽이 협동조합 이사 △채이배 전 의원 △배재정 전 의원 △조응천 의원 △이소영 의원이 비대위에 합류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갖고 총사퇴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특별 공로자 포상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호중 "경위 파악해 보겠다"… 당원 게시판, "이재명 독재당인가"

    다만 특별 공로자 포상 작업은 비대위 차원에서 논의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인선 발표 자리에서 "아직 비대위원장으로선 보고받지 못한 일"이라며 "지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됐던 일인 것 같다. 경위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포상 계획'을 비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한 당원은 "더민주 사고방식을 이해 못 하겠다. 이쯤되면 이재명 독재당이 된 것 아닌가"라 썼고, 또 다른 당원은 "허무함과 허탈감에 빠져 있는 대다수 당원들 생각은 안 하는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나"라고 비난했다. 한 당원은 "포상금으로 산불 피해 지역에 기부나 하라"고 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정가 관계자는 "책임을 지고 물러난 민주당 지도부와 이번 대선에 공을 세운 사람들은 별개이긴 하다”면서도 "지도부가 사퇴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특별 공로자를 뽑는다는 게 대선 패배로 속이 부글대는 일반 당원들 시각에서 맞는 일인가 싶다"고 뉴데일리에 밝혔다. 

    그러면서 "윤호중 위원장 말대로 사퇴한 지도부가 논의했던 게 현재 진행 중이라면 민주당의 기강이 풀어진 것"이라며 "사퇴한 지도부가 진행한 일을 현 비대위원장에게 보고도 없이 진행중이라는 건데 민주당이 대선 패배로 얼이 빠진 것 같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