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첫 비서 백씨… 은수미 비서관에게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다 있어"은수미에게 도움 줄 수 있다는 발언도… "대법관 발표 나면 작업 들어갈 생각 해야 해"김만배, 실제 권순일대법관실 수차례 방문… 이재명 측 "백씨가 허언, 무죄는 예상"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측근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로비를 한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첫 수행비서를 지낸 백모 씨가 은수미 성남시장의 당시 비서관과 통화하며 "대법원에 작업을 많이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7일 JTBC에 따르면, 백씨는 2020년 2월13일 당시 은 시장 정무비서관 이모 씨와 통화에서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싹 있어. 우리가 대법원 하잖아. 그동안 작업해 놓은 게 너무 많아 가지고…"라고 말했다. 백씨는 2010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된 후 수행비서로 들어와 약 3년7개월간 이 후보를 보좌했다.

    백씨, 은수미 측에도 "작업 들어갈 때 얘기하면 서포트 하겠다"

    당시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때는 은 시장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상고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을 준비하던 시기다.

    백씨는 이씨에게 은 시장을 도움울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건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백씨는 "빨리빨리 작업, 대법원. 저기 주심, 대법원장. 아니 아니 대법관 발표 나면 작업 들어갈 생각 해야 해. 그럴 때 얘기해. 싹 서포트 할 테니까"라고 언급했다. 이미 포섭해 놓은 '대법원 라인'을 동원해 은 시장 재판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두 사람이 대화하고 한 달이 지난 2020년 3월13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은 시장은 당선무효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같은 달 24일 정씨가 김씨에게 근황을 묻자 "대법관님하고, 사람 봐서 일한다"고 대답한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 기록에는 김씨가 2019년 7월16일부터 2020년 8월21일까지 대법원을 아홉 차례 방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씨는 그 중 여덟 차례 방문 장소를 '권순일대법관실'로 기재했다.

    대법원, 이재명·은수미사건 무죄 취지 파기환송

    김씨가 이 후보 사건과 관련해 권 전 대법관과 관계를 맺어왔다는 증언도 있다.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이재명 선거법 위반사건으로 대법원에 들어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부탁해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또 "2019년부터 김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도 진술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0년 7월16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후보 사건에 무죄 의견을 낸 이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권순일·노정희·김재형·박정화·민유숙·김상환 대법관 등 7명이었다. 

    이 후보 사건 선고 일주일 전 대법원 2부는 은 시장 사건과 관련 '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을 선고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검찰이 항소이유를 제대로 적지 않았다'는 절차적 하자가 이유였다. 당시 대법원 2부에는 안철상·노정희·박상옥·김상환 대법관이 있었다.

    김만배 측 "권순일 만나지 않았다"… 백씨 "2016년 이후 이재명에서 멀어져"

    이와 관련, 이 후보 변호인은 JTBC에 "백씨가 (대법관에) 작업했다는 것은 허언일 가능성이 높고, 무죄는 예상됐다"고 말했다. 김씨 변호인은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만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백씨는 "2016년 뒤로 이 후보 관련 일에서 완전히 멀어졌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이 매체가 수차례 연락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 측이 실제로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한 증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자기들끼리 힘을 과시하거나 잘난 척하려 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후 정황들이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보통의 경우 대법원에 손을 쓰거나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 후보 재판의 경우 일반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화천대유가 기사회생시킨 인물이 대장동 사건의 '그분'"

    '대장동비리시민사회진상조사단' 단장인 이헌 변호사는 "해당 의혹의 중심에 있는 백씨는 이 후보의 친형을 겁박했던 인물로 추정된다"며 "그렇다면 이 후보의 최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백씨의 말은 대법원 판단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이 후보와 은 시장은 당선무효형을 벗어났다"고 지적한 이 변호사는  "당시 법조계에서도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왔느냐고 했던 특수한 사안인데, 그 일련의 과정들이 그대로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재판에 관여해서 누군가를 기사회생시킨 뒤 대장동 사업으로 이익을 본 것 아니겠느냐"며 "바로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이 대장동사건의 주범인 '그분'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