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과는 익혀 먹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어""예측불가 괴물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대통령"
  • ▲ 21일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왼쪽)이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올린 사진.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페이스북
    ▲ 21일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왼쪽)이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올린 사진.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페이스북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측근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비서실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이재명 지지 행태 납득하기 어려워"

    정 전 실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저는 그간 진보진영에서 활동해왔던 사람으로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도우려고 한다"고 선언했다.

    정 전 실장은 "최근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다"며 "윤 후보로부터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선 당혹스러웠습니다만 결국은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윤 후보를 두고도 말이 많다. 국정경험이 부족하고 무식하다는 지적도 있고, 또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며 "그러나 저는 대통령이 만물박사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정직성, 투철한 공인의식, 리더로서의 자질 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겨냥한 듯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다"고 전제한 정 전 실장은 "혹자가 말했듯이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실장은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진영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즉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혹여 그분들이 '이재명 지지는 선(善), 윤석열 지지는 악(惡)'이라고 강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천박한 진영논리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정 전 실장은 "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스러워하실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더러는 비난도 하실 거다. 그러실 수 있다. 이해한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이재명을 지지할 권리가 있듯이 제게는 윤석열을 지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與 "이낙연이 세 번이나 전화해서 말렸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정 전 실장이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 전에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이낙연 위원장이 몇 번 말렸다. 세 번인가 전화해서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하지 말라 했는데 (윤 후보 쪽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우 본부장은 이 같은 사실을 "어제 이낙연 선배한테 전달 받았다"고 밝힌 우 본부장은 "저쪽에서 뭐 제안 받은 모양인데, 자리 때문에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의 측근인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낙연 경선 캠프는 경선이 끝난 후 해단식을 끝으로 공식적으로 해체했다"며 "정운현 전 실장은 그 이후에 이낙연 위원장을 대변하거나 활동한 바 없다. 사전에 논의한 바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 드린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정 전 실장이 어제 이낙연 위원장에게 '나는 떠나겠다. 이해를 해달라'고 했고 이 위원장이 만류를 했다. 그러면서 결별 비슷하게 얘기를 했다"며 "(정 전 실장이) '내가 이미 갈 길을 정했으니까 앞으로 (이낙연) 대표하고도 볼 일이 없겠다' 이런 식의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의 변심에 이낙연 위원장의 '순천 유세'가 결정적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낙연 위원장은 지난 18일 순천 연향패션거리에서 진행한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후보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지지 연설에 나섰다. 

    그러나 연설 도중 이재명 후보가 도착했고 '이재명 선거송'이 흘러나오면서 이낙연 위원장의 연설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자 이낙연 위원장은 마이크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이낙연 위원장의 지지자들은 '이낙연 수모 영상'이라며 분노했다. 
      
    이병훈 의원은 "정 전 실장이 이미 (윤 후보 지지를) 결심하고서, 이낙연 위원장의 '순천 유세' 영상을 빌미로 이 위원장에게 통보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병훈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도 이같은 취지로 말한 것이 보도됐다. 하지만 본지 통화에서 이병훈 의원은 '정 전 실장이 이낙연 위원장과 본인에게 말한 내용이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며 "시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운현씨, 잘 가시오. 멀리 안 나간다"며 "많이 배고프셨나 보다. 당신 한 사람의 분노유발로 열 사람을 결집시키고 있다.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野 "정운현의 선구적 선택 환영"

    국민의힘은 정 전 실장의 윤 후보 지지 선언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윤기찬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진영이 아닌 후보의 자질과 국민을 선택한 정 전 실장의 선구적 선택을 환영하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 통합과 미래를 위해 더욱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