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기 인사 단행… 21일부터 조국·대장동사건 등 재판부 구성원 변경법조계 "조국 재판, 빨라도 3월 중순 속개될 듯… 대장동 재판 남은 증인만 40여 명"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강민석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강민석 기자
    법원 정기 인사가 단행되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과 대장동 게이트 사건 등의 재판부가 변경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 사건 등이 재판부 변경으로 심리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법원 등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부부 사건을 맡은 형사21부에 김정곤(48·사법연수원 31기) 부장판사가 오는 21일부터 새로 합류한다. 

    형사21부에서 주심을 맡았던 김상연(50·29기) 부장판사가 6개월간의 장기 휴직에 들어가면서 김 부장판사가 그 자리를 채운다. 

    김 부장판사는 1999년 사법시험을 통과한 뒤 2002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2007년 청주지법 판사가 되면서 법복을 입었다. 지난해 사법연수원에서 기획총괄 교수를 맡은 바 있다.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은 20차례가 넘게 진행되며 끝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조 전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관련 변론은 종결된 상태였고,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증인신문도 거의 마무리 절차에 접어들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형사21부는 지난해 12월, 동양대 총장 위조 직인파일 등 이 사건의 핵심 증거가 담긴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등을 대상으로 '증거 배제 결정'을 내렸고, 이에 검찰이 반발하며 재판이 멈췄다.

    검찰, 재판부 기피 기각 결정에 항고 예고

    당시 검찰은 동양대 PC를 통해 확보한 증거물을 증인신문에 쓸 수 없게 되자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특히 검찰은 재판부의 결정을 "편파적 재판"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7일 법원이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했지만, 재판 속행이 빠르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기각 결정에 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팀은 재판부 기피신청이 기각당하자 "수사팀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맞는 적법한 증거결정 등 예단 없는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정문을 검토해 기피신청 기각 결정에 항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법원 판단을 수용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조 전 장관 측이 재판부 구성원 변경에 따라 증인 진술과 증거기록 등을 새로운 판사에게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조국 재판, 빨라야 다음달 중순 속개" 전망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 부부 재판은 검찰에서 재판 진행에 불만이 있는 데다, 피고인 조 전 장관 측에서도 재판이 조금이라도 늦춰지면 방어전략 등을 더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재판이 속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2월 내에는 불가능할 것 같고, 빨라도 다음달 중순이나 말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해당 재판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의 경우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대법원에서 이미 유죄를 확정받았다"며 "빨리 재판이 속행돼 판결이 내려져야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정상윤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정상윤 기자
    유동규·김만배 등 재판 도중 구속기간 만료될 듯

    대장동 게이트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22부는 재판부 인원이 전부 변경됐다. 기존 재판장이던 양철한(54·27기) 부장판사가 민사7부로 이동하고 이준철(50·29기) 부장판사가 새로 왔다. 또 배석판사는 송효섭·김선화 판사에서 남민영·홍사빈 판사로 변경됐다. 

    대장동 재판은 더 급한 상황이다. 검찰이 이미 시간에 쫓기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1심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이 사건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해 10월21일 구속됐다. 구속만료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 남짓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1월22일 구속됐다. 약 3개월 뒤면 구속 기간이 만료된다.

    그런데 해당 재판은 남은 증인이 40명에 이른다. 현 재판부가 빠른 진행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재판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피고 측이 새 재판부에 증인 진술 등의 재검토를 요청해 재판이 계류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재판 진행 중 피고의 구속기간이 만료돼 유 전 본부장 등 모든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장동 재판의 경우 재판부에서도 빠른 심리를 위해 갖은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재판 중에 피고인들의 구속기간이 만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증인신문을 하루에 2명씩 한다고 가정해도 공판을 20번 열어야 남은 증인 40명을 대상으로 한 신문이 마무리된다"며 "그런데 경험상 증인신문은 하루에 2명을 끝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