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주장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 대상…WSJ “우크라 동부 침략 정당화하려는 움직임” 해석독일·프랑스·나토 “푸틴 거부권 행사 않으면 우크라와 휴전 근거인 ‘민스크 협정’ 위반 돼”
  • ▲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주 일대를 순찰 중인 우크라이나 군.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주 일대를 순찰 중인 우크라이나 군.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 하원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대를 점유 중인 분리주의 반군 세력을 독립국으로 인정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러시아 대통령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2015년 우크라이나와의 휴전을 합의한 ‘민스크 협정’이 깨지게 된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동부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러 국가두마, 푸틴에게 도네츠크 인민공화국·루한스크 인민공화국 독립승인 요청

    러시아 하원에 해당하는 국가두마는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은 국가두마의 결의안을 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분리주의 반정부 세력이다. 돈바스 지역 동남부를 점령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략한지 3개월 뒤인 2014년 5월 독립을 선포했다. 같은 해 7월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는 의심을 받는다. 돈바스 동부 지역에 있는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은 2014년 4월 친러 반정부 진영이 만들었다. 두 세력 다 국제사회의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우크라, 2015년 OSCE 중재로 러시아·분리주의 세력과 '민스크 협정' 맺고 휴전

    우크라이나는 2014년 2월부터는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과 친러 민병대를 상대로, 같은 해 5월부터는 돈바스 지역에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상대로 싸웠다. 이듬해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로 ‘민스크 협정’을 체결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분리주의 반정부 세력들, 러시아는 휴전을 했다. 분리주의 세력들은 협정을 통해 특별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돈바스 지역에서 양측 간 교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바첼스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 의장은 분리주의 세력의 독립을 인정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협정에 따른 휴전 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현지인들은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만약 푸틴 대통령이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민스크 협정’을 깨버리는 셈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크라, OSCE에 러시아와의 3자 회의 요청…독일·프랑스·나토 “독립 승인 반대”

    우크라이나는 같은 날 OSCE에 러시아와의 3자 긴급회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분리주의 세력을 국가로 인정해도 어떤 법적 의미도 없다”면서 “만약 푸틴 대통령이 국가두마의 결의안을 지지한다면 국제법과 국제안보구조 측면에서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프랑스와 나토 또한 “러시아가 분리주의 세력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은 정치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총리는 우크라이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만약 러시아 하원의 결의를 푸틴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면 이는 민스크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프랑스 엘리제궁 대변인도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독립을 승인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국가두마의 요청을 따르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사무총장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독립을 인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하고 민스크 협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