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침략 필요 병력의 70% 이미 배치”… 美의회 “사상자 8만 넘을 수도”
  • ▲ 우크라이나 접경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 대대 전술단(BTG). 다련장(MLRS)도 보인다. ⓒ막사 테크놀러지-우크라이나 멀티미디어 플랫폼 '우크린폼' 화면캡쳐.
    ▲ 우크라이나 접경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 대대 전술단(BTG). 다련장(MLRS)도 보인다. ⓒ막사 테크놀러지-우크라이나 멀티미디어 플랫폼 '우크린폼' 화면캡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에 가입할 경우에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략하는데 필요한 전력의 70%를 이미 접경에 배치했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인 2월 말 침략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은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병력을 배치 중이다.

    푸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하면 전쟁”…프랑스 중재에 협상 여지 남겨

    푸틴 대통령이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프랑스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가 나토 확장금지를 포함한 러시아의 안보보장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승자는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이 경고했다.

    러시아는 과거 소련이 지배했던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두고 나토의 동진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토가 동유럽에 무기와 병력을 배치해 러시아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고, 러시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접경에 전력을 전진배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이 주장을 바탕으로 동유럽 국가의 나토 가입 금지, 기존 동유럽 국가에 배치한 나토 전력 철수 등을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이라며 미국과 나토에 제시했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에마누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몇몇 제안은 현재 상황을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8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뒤 나는 그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와 나토의)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나토와 미국에 조만간 의견을 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 전면전에 필요한 전력 70% 이미 배치”

    한편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에 필요한 병력의 70%를 접경에 이미 배치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바이든 정부 핵심 당국자들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비공개 회의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보당국의 분석 결과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83개 대대 전술단(BTG) 병력 11만명을 배치했으며, 금주 중 14개 대대를 추가로 배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벌여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서는 110개 대대 전술단, 최대 15만명의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 대대 전술단은 3개 기계화 보병 중대를 중심으로 각각 1개의 전차중대, 대전차 중대, 방공중대, 2~3개의 포병중대를 증강한 편제다. 1개 대대 전술단 병력은 약 1000명이다.
  • ▲ 독일서 훈련 중인 미육군 제2기병연대전투단 소속 스트라이커 보병전투차. ⓒ미국 국방부 제공.
    ▲ 독일서 훈련 중인 미육군 제2기병연대전투단 소속 스트라이커 보병전투차. ⓒ미국 국방부 제공.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전진 배치한 전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지상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만약 우크라이나를 침략한다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인 2월 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상자 8만 명, 난민 수백만 명 예상…우크라, 13만 민병대 창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일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전쟁 발발 시 우크라이나군은 5000~2만5000여 명, 러시아군은 3000~1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민간인 사상자도 최소 2만5000여 명에서 최대 5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최대 50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해 유럽 각국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같은 예측을 두고 “종말론적이다” “우리는 타이타닉이 아니다”며 반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민병대를 창설·훈련하는 등 러시아의 침략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1월 28일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13만명 규모 25개 민병대 여단을 창설·훈련 중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병대 여단이 정규군의 측면을 보호하는 한편 각 지역에서 게릴라전을 벌여 러시아군의 인명피해를 크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영국·독일,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병력 증파

    한편 나토 회원국들도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병력을 배치 중이다. 미군은 지난 5일부터 신속대응부대인 제82공수사단 병력 1700명을 폴란드에 배치 중이다. 이들 외에 병력 1300명을 우크라이나 인접국가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주에는 독일에 주둔 중이던 제82공수군단 병력 1000명을 루마니아로 보냈다. 만일 사태에 대비해 대기 중인 8500명의 병력과는 별개다.

    로이터 통신은 “영국이 폴란드에 350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할 계획”이라고 7일 전했다. 통신은 “영국군은 지난해 벨라루스 이민자의 난입을 막기 위해 폴란드에 100명의 병력을 파병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독일 국방부도 리투아니아에 병력 350명을 추가 파병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리투아니아에 주둔 중인 나토 신속대응군에 500명의 병력을 이미 보낸 상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유럽에 장기적인 병력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러시아가 동유럽에 배치된 나토 병력 감소를 원한다면 우크라이나 접경에 집결시킨 러시아군부터 먼저 해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