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 '당신을 위한 클래식'클래식 매니아 전영범 작가 집필… 벌써 2쇄 발간
  • '클래식' 하면, 아직도 잘 차려입고 숨 죽인 채 감상하는 '지루하면서도 고급진' 예술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의외로 클래식은 평범한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광고에서 우리 마음을 훔치고, 영화 안에서 감동을 배가하고, 대중가요에 삽입돼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분주한 집안 일을 마친 오전 한때 커피 한 잔에 클래식 선율을 들으며 짧은 여유와 행복을 느끼고,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들려오는 알듯 모를 듯한 클래식 한 곡에 미소를 짓고…. 이렇듯 클래식 음악은 쫓기듯 사는 일상 속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휴식 같은 친구'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당신을 위한 클래식(도서출판 비엠케이 刊, 전영범 著)'은 클래식이 지닌 이런 '힐링'의 가치와 역할을 이야기한다. 기존의 수많은 클래식 교양도서들이 클래식 감상법이나 방대한 지식을 단순 소개해온 것과는 다른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클래식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숭배할 필요도 없지만, 이해타산에 찌든 마음을 순수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해설'은 평론가의 몫, '덕질'은 '덕후'의 몫으로 남기고, 우리는 클래식을 들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클래식을 일종의 '지적(知的) 권력'으로 소유하려는 세태에 반기를 든다.

    지친 심신을 다독여주는 '클래식'이라는 친구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을 이미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클래식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클래식 입문자'에게는 클래식의 문턱을 낮춰, 보다 많은 이들이 클래식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책에 소개된 음악들은 주로 쉬운 '입문 단계'의 곡들이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순식간에 읽고 덮을 수 있도록 모든 챕터가 압축적으로 구성됐고, 흥미로운 주제의 에피소드도 풍성하게 실렸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도록 곳곳에 곡 소개와 더불어 QR코드를 심어놓았다. 스마트폰 QR스캐너만 살짝 대면 바로 음악이 재생된다.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부터 너무나도 유명한 첼로 소품 '자클린의 눈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뉴욕 필이 연주했던 '아리랑'까지 심금을 울리는 명곡들을 엄선해서 실었다.

    1부 '클래식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에서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베르디, 푸치니 등 가난과 고독, 실연을 무릅쓰고 예술혼을 불태운 클래식 음악사의 거인들과, 카라얀, 이츠하크 펄먼, 사이먼 래틀 등 현대의 유명 연주자들의 삶과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가치와 위안을 주는지 짚어본다.

    처절한 고독을 아름다운 가곡으로 승화시킨 슈베르트, 청각장애를 무릅쓰고 마지막 교향곡을 완성한 베토벤, 가난에 신음하다 명작 오페라를 탄생시킨 베르디, 죽음의 순간까지 작곡을 멈추지 않았던 푸치니의 이야기까지 예술가들의 다양한 비화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신체적 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이츠하크 펄먼과 끝없이 자신을 단련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등 현대 연주가들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도 소개된다. 베를린 필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유례 없는 방식으로 관객과 교감하며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전파했고,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베르디의 완벽주의를 숭배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특히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많은 지면을 할애해 두 클래식 거인의 삶을 새롭게 소환한다. 모차르트를 추앙하는 신학자 칼 바르트는 모차르트가 단명한 이유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 의해 강요된 혹독한 음악 활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베토벤은 평생 경제난에 시달렸지만 귀족 면전에서도 늘 예술가로서 당당했고, 토지 부자인 동생의 조롱 앞에서도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즉석 '북카페'

    2부 '힘 빼고 듣는 클래식'에서는 예술가와 수용자의 상호작용, 소통, 교감의 방식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까다로운 클래식 음악의 작동원리와 문법은 다 알 필요도 없고, 모른다고 기 죽을 필요도 없다"며 "무심하게 듣다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친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음악의 목적은 '감동'을 주는 것이니, '엄숙'이라는 갑옷을 벗고 클래식 음악을 마음으로 느껴보길 바란다는 저자. 저자는 "예술은 들어주고 봐주는 관객이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며 자신의 클래식 감상 경험을 토대로 오늘날 클래식의 감상 형태와 관객과의 소통 방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악장 간 박수를 치지 않는 룰은 베를린 필의 지휘자였던 푸르트뱅글러부터 시작됐다. "오래전 클래식 연주회장은 술과 수다가 난무했었다"고 소개한 저자는 가수와 관객이 뜨겁게 소통하는 록그룹 공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클래식 음악회에서도 연주자와 관객이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를 꿈꾼다.

    3부 '클래식에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서는 방대한 클래식 음악의 수만큼이나 클래식을 둘러싼 끝도 없는 질문을 나열하고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

    '당신을 위한 클래식'은 최근 2쇄 발간과 함께 중국어 번역본이 중국 현지에 출시될 예정이다. 클래식이라는 만국 공통의 음악언어가 갖는 '보편성'과 쉽게 읽히는 '편안함'이 독자들에게 어필된 것으로 보인다.

    도서출판 비엠케이(BMK)의 안광욱 대표는 "이 책은 앱을 통해 커피 쿠폰처럼 가볍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코로나19로 위축돼 있는 독자들에게 '당신을 위한 클래식'이 작게 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