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취재윤리' 비판하던 MBC… 김건희 사적통화 녹취록 공개, 내로남불""대장동 의혹 축소보도, '이병철 녹취록'은 외면… 'MBC 與편향성' 도 넘었다"
  • ▲ 자신이 쓴 '적폐몰이,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다'가 진열된 한 서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도인 방문진 이사. ⓒ뉴데일리
    ▲ 자신이 쓴 '적폐몰이,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다'가 진열된 한 서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도인 방문진 이사. ⓒ뉴데일리
    "지난 16일 '김건희 씨 녹취록'을 공개한 MBC '스트레이트'를 보면서 참담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유튜브에서나 다뤄질 사적인 전화통화 내용을 왜 MBC가 보도하고 있는지…, 정말 개탄스러웠습니다."

    김도인(60)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는 1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스트레이트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처음부터 자기 신분을 밝혔고 대화자 간의 녹음이라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다고 했지만,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나중에 서로를 누나·동생으로 부르는 매우 사적인 대화였다"고 해석했다.

    김 이사는 "이런 사적인 전화통화 내용을 방송에 공개하는 것이 합리화되려면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요소가 있다든지, 굉장히 공익적으로 중요한 내용이어야할텐데, 해당 방송이 그 정도로 중대한 내용이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채널A 비판했던 기자가 서울의소리 녹취록, 비판 없이 보도해"

    따라서 이런 내용이라면 유튜브에서 먼저 보도한 다음, 중요한 내용을 걸러서 보도하는 형식을 취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김 이사는 "스트레이트가 7시간 45분이라는 긴 분량의 녹취파일 가운데 일부를 전하면서 정확한 맥락을 제시하지 않고 보도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예를 들어 김건희 씨가 이명수 기자에게 '1억을 주겠다'고 한 부분은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이 기자가 '우리 매체는 돈을 거의 안 준다. 내가 고졸 학력이라 그만둬도 재취업은 어렵고, 돈은 없는데 아이는 둘이나 있다'고 하니, 김씨가 한 얘기라고 한다"며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한 어설픈 보도로 엉뚱한 오해만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또 "다른 기자는 몰라도 장OO 기자는 해서는 안 될 방송이었다"며 지난해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를 크게 문제삼았던 장본인이 스트레이트에 나와, 검언유착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 기자의 녹취파일을 공개한 점을 지적했다.

    김 이사는 "당시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에게 '검찰에 선처를 부탁하겠다'며 원하는 내용을 이끌어내려한 것이 문제였다면, 이 기자는 김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열린공감TV 보도내용이 오보였다고 주장하다, 열린공감TV가 항의하자 '김건희 씨에게 떡밥을 주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며 "두 사건이 '취재윤리' 차원에서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방송의 자유·독립은 '다양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

    김 이사는 지난 주말 스트레이트 방영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를 찾아와 '김건희 녹취록' 보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김 이사는 "지난주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관련 녹음파일이 담긴 USB를 두고간 것은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의사 표현이었다고 본다"며 "MBC 선거방송준칙에 따르면 '엄정 중립과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지난 17~18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방문진 다수 이사들은 야당의 '항의 방문'이 방송편성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방송법 4조'를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국민의힘의 주장은 공직선거법 차원에서 왜 저쪽에만 기회를 주느냐는 것"이라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은 여론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다수인 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강한 유감과 재발방지 요구를 담은 입장문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저는 방문진이 유감 입장을 밝힌다면 방송을 공정하게 해달라는 국민의힘 주장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결국 논의 끝에 다수 이사가 유감의 뜻을 밝히는 정도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은 축소보도… 고발사주 의혹은 집중보도"


    김 이사는 "스트레이트 외에도 MBC 뉴스는 이 후보에게 불리한 대장동 의혹은 KBS에 비해 축소보도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고발사주 의혹은 확대보도하는 등 여권 편향성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MBC·KBS·SBS·TV조선·채널A·JTBC 등 주요 방송사 뉴스를 전수조사해 이들 프로그램이 어떤 프레임으로 보도하는지를 비교·분석한 자료를 2년이 넘게 자신의 블로그(이슈와 프레임)에 연재 중이다.
     
    김 이사는 "제가 작년 9월 이후 주요 방송사 뉴스를 전수조사한 결과 대장동 의혹은 MBC가 141개, KBS가 158개로, KBS에 비해 MBC의 관련 보도가 적었고, 고발사주 의혹은 MBC가 90개, KBS가 59개로 MBC의 관련 보도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후보의 처가에 대한 보도는 MBC가 53개, KBS가 32개로 MBC는 같은 공영방송인 KBS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윤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해왔음이 드러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스트레이트 방송이 나간 것"이라고 김 이사는 지적했다.

    "'이병철 녹취록' 보도는 소극적… '김건희 녹취록'은 적극 보도"


    김 이사는 '김건희 녹취록'을 보도한 MBC가 다른 녹취록 보도에 있어서는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거론했다.

    김 이사는 "MBC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본부장이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강요하는 녹취록은 다른 방송보다 짧게, 그리고 하루 늦게 보도했고, 지난 12일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녹취록'을 제보한 고(故) 이병철 씨 사망소식을 다룰 때, KBS는 녹취록 내용을 소개했지만, MBC는 소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 후보에게 불리한 녹취록은 소개하지 않던 MBC가 '김건희 녹음파일'을 공개한다고 하니 더욱 비난 여론이 커진 것"이라고 김 이사는 비판했다.

    "'유튜브가 건넨 녹취록을 왜 MBC가 보도하나' 불만 나와"


    김 이사는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여권 편향적인 MBC의 방송 행태에 대해 불만을 가진 기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지난 주말 국민의힘에서 '항의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조합원 동원령을 내렸는데, 그 와중에 한 보도국 기자가 유튜브 채널에서 제공한 김건희 씨 녹취록을 스트레이트가 보도하려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는 "아직 '기자 정신'과 '양심'이 살아 있는 기자가 있는 것 같아 반가웠다"며 "아마도 속으로는 그런 기자의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겉으로는 표현 못하는 기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이사는 1986년 라디오PD로 MBC에 입사해 라디오국장, 편성국장, 편성제작본부장 등을 거쳤으나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적폐인사'로 몰려 2018년 1월 회사를 떠났다. 같은 해 8월부터 방문진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9년 공영방송을 휩쓴 광기 어린 '적폐몰이'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적폐몰이,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다 - 언론노조의 MBC 장악 기록'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