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헐뜯는 '인파이터'"로 평가받던 안귀령 YTN 앵커4년 이상 JTBC '뉴스 아침&' 앵커로 활동한 이정헌 기자한날한시 선대위 합류… "언론인 양심 버렸다" 비판 쇄도
  • ▲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을 진행하던 안귀령 전 앵커의 모습. ⓒYTN
    ▲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을 진행하던 안귀령 전 앵커의 모습. ⓒYTN
  • ▲ 4년여간 '뉴스 아침&' 메인 앵커로 활동한 이정헌 전 JTBC 기자(사진 중앙). ⓒJTBC
    ▲ 4년여간 '뉴스 아침&' 메인 앵커로 활동한 이정헌 전 JTBC 기자(사진 중앙). ⓒJTBC
    YTN과 JTBC의 간판 앵커들이 나란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 것을 두고 언론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달 초까지 지상파 방송사에서 뉴스를 진행하던 현직 언론인이 대선후보 캠프에 직행한 것 자체가 언론인으로서의 '긍지'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대선을 50일가량 앞두고 '정치인'을 배출한 한 언론사에서는 해당 기자를 대상으로 "'선배'라는 호칭을 거부한다"는 성명까지 나온 상황.

    JTBC '아침뉴스' 앵커, YTN '뉴있저' 앵커로 시청자 눈도장

    18일 민주당 선대위가 공보단 대변인으로 영입한 언론인은 이정헌(51) 전 JTBC 기자와 안귀령(33) 전 YTN 앵커다.

    1971년 전주 출생인 이정헌 전 기자는 광주MBC, JTV전주방송을 거쳐 2011년 JTBC에 입사했다. JTBC에서 사회1부 차장과 중앙일보 국제부 차장, 도쿄특파원을 지냈으며, 4년 6개월간 '뉴스 아침&' 메인 앵커로 생방송 뉴스를 진행해 왔다.

    2015년 KBC광주방송 아나운서로 언론계에 입문한 안귀령 전 앵커는 2016년부터 YTN 뉴스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뉴있저)'의 진행자로 이름을 알렸다. '뉴있저'는 그동안 국민의힘이 여러 차례 '여권 편향 방송'이라고 지적했던 프로그램.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성명에서 "'뉴있저' 진행자인 변상욱 앵커가 보수 진영을 우회 공격하는 '아웃복서'라면, 안귀령 앵커는 국민의힘을 대놓고 헐뜯는 '인파이터' 역할을 맡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7일까지 근무한 뒤 지난 10일 각자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이재명 캠프에 들어왔다. 이 전 기자는 선대위 미디어센터장으로, 안 전 앵커는 부센터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중앙·JTBC 기자들 "'정치인 이정헌', 선배라 부르지 않겠다"

    이 전 기자는 이날 선대위를 통해 "언론인으로서 정제되고 품격 있는 말과 글로 시청자와 독자의 신뢰를 얻었던 것처럼 이재명 후보의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정작 사내에선 "전직 기자의 출사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신랄한 비판이 나왔다.

    선대위의 인재 영입 발표 직후 "'정치인 이정헌', 부끄러운 이름에 유감을 표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낸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과 JTBC 기자협회는 "불과 열하루 전(7일)까지 앵커의 자리에서 아침뉴스를 진행하던 이 전 기자가 사표가 수리되자마자 곧바로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탈을 바꿔 쓰고 특정 후보 캠프로 직행했다"며 "언론인으로서의 양심과 윤리를 내버리고 권력을 쫓는 그의 모습에서 이미 '신뢰'는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JTBC라는 이름을 사적 이익을 위한 포장지처럼 쓰는 모습에서 '언론인'이란 호칭 역시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개탄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감시와 견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취재 현장을 뛰고 있는 JTBC 구성원들은 혹시나 그 노력이 조금이라도 의심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피와 땀으로 일궈온 신뢰의 이름을 정치권 입문을 도와줄 '티켓'처럼 여기는 (이 전 기자의)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탄식했다.

    이들은 "정치권에선 그가 지역구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특정 후보 캠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며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지역구를 이 전 기자가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사내 안팎에 나돌고 있음을 밝혔다.

    이들은 "JTBC는 '이상직 국회의원 일가의 편법 증여와 조세 포탈 의혹' 연속보도를 통해 이 의원의 여러 의혹을 집중 보도하고, 이스타항공 대규모 해직 사태의 본질을 추적했다"며 "이는 오로지 성역 없는 권력 감시를 위해 기자들이 발로 뛴 결과물로, 이 기자에 대한 소문은 이 같은 구성원들의 노력에 대한 모멸"이라고 비난했다.

    YTN노조 "'뉴있저' 앵커 리포트를 부끄럽게 만드는 자기부정"

    이 전 기자와 함께 한날한시 방송사를 나와 이재명 캠프에 뛰어든 안 전 앵커에 대해서도 YTN 구성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는 이날 "뉴스 진행자의 선대위 직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당분간 쉬고 싶다면서 앵커 자리에서 내려온지 불과 열흘 만의 캠프 직행"이라며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하루 아침에 저버린 것이고, 공정방송을 위해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젊고, 경험이 적고, 비정규직 앵커 출신이라는 안귀령 씨의 조건이 정치적 행보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며 "그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내놨던 앵커리포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자기부정이다. '뉴있저'를 지켜봐온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어 "열흘 전까지 진행하던 뉴스를 발판삼아 캠프에 둥지를 튼 안귀령 씨의 행보는 2010년과 2014년 YTN에 근무하다 청와대로 직행한 홍상표나 윤두현의 처신과도 다를 바가 없다"고 꾸짖었다.

    이들은 "민주당에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언론이 자신들만 탓한다며 입만 열면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더니 뒤에선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를 접촉해 캠프에 합류시킨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 행위인지 자문해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YTN 지부는 안귀령 씨와 민주당 양쪽에 이번 결정에 대한 철회와 사과를 요구한다"며 "선거가 아무리 급해도 명분없는 길은 가지 않는게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