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멸치+콩', 최재형 '멸치+콩 반찬' 위트에… 민주당 "자질 의심" "막장" 과민반응태영호 "한국=소국, 깔보며 문화침탈·보복 일삼는 중국에 대한 반작용" 해석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8일 정오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밥상물가와 방역패스 문제점 점검을 위해 장을 보고 있다.ⓒ정상윤 기자(사진=윤석열 캠프)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8일 정오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밥상물가와 방역패스 문제점 점검을 위해 장을 보고 있다.ⓒ정상윤 기자(사진=윤석열 캠프)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발언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달파멸콩'(달걀·파·멸치·콩)을 계기로 정치권으로 넘어온 모양새다.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의 릴레이 참여로도 번지며 여론이 들썩였다. 

    일각에서는 SNS 상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尹 "누구나 표현의 자유 가져" '멸공' 응원

    윤 후보는 10일 인천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후 '멸공 논란으로 이념 메시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지지적에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헌법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 의사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잘 지켜지는 것이 이 나라가 자유와 민주에 기반한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어 '달파멸콩'과 관련 "제가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뿐"이라며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고, 아침에 콩국 같은 것을 해놨다가 많이 먹어서 평소 사는 품목 중 하나"라고 웃어넘겼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를 찾아 멸공이라는 단어를 연상케 하는 '멸치와 콩' 등을 구매했다.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달파멸콩'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달걀과 파의 앞글자를 딴 '달파'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의미하는 '문파'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정 부회장의 '멸공' 게시글은 인스타그램에서 폭력·선동 등을 이유로 삭제됐다가 항의로 복구된 바 있다.

    이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일부 극성 여권 지지층에서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정 부회장을 응원하기 위한 행동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인공지능(AI) 윤석열'은 이마트에서 장을 잘 봤느냐는 질문에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윤석열은 이마○, 위키윤(AI 윤석열)은 쓱○에서 주로 장을 본다. 오늘은 달걀·파·멸치·콩을 샀습니다. 달파멸콩"이라고 답했다.

    '달파멸콩' 게시글, 尹 확인 후 업로드

    복수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의 이마트 방문은 "밥상물가와 대형마트 등의 방역패스를 후보가 직접 확인해보자"는 청년보좌역 다수의 즉석제안에 따른 것이다. 이에 윤 후보가 "가보자"고 곧바로 화답했고, 일정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달걀·파·멸치·콩 구입 인스타그램 게시글도 청년보좌역이 제안했고, 윤 후보가 업로드를 허용했다.

    윤 후보의 깜짝행동으로 정치권은 들썩였다. 윤 후보가 이마트를 방문한 날 나경원 전 의원도 멸치와 약콩을 구매했다는 게시글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개인 SNS 올렸다.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 위원장도 페이스북에 "문파멸공. 다 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항의하는 차원에서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에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를 향해 "모 유통업체 대표의 철없는 멸공놀이를 말려도 시원찮을 판에 따라하는 것도 자질이 의심된다"며 "국민의힘 선대위를 '묻지마 봉합'한 이후 대놓고 막장연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진 의원 "공산 멸하고 민주 꽃피우는 방향성 의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멸공'과 관련 "중국이나 러시아·북한 등 공산주의 국가를 멸망시킨다는 해석은 비약"이라면서도 "공산주의는 반인류, 반역사적인 문제가 있는 이념이니 공산주의를 멸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꽃을 피운다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로 방향성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중진 의원은 윤 후보의 '문파멸콩' SNS 게시글과 관련해서도 "SNS 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떻게 보면 즉흥적이고 단발성이다. 심각한 이슈도 위트 있게 다루는 요즘 시대의 흐름이라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와 호흡하는 방법으로 괜찮다고 본다. 심층적으로 계산하고 분석하면 그 흐름에 같이 따라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북한 공사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새해부터 등장한 멸공에 대중이 반응하는 원인은 독재권력을 공산당으로 포장하는 중국과 북한에 의한 안보위협에 따른 것"이라며 "문재인정권이 지난 5년간 한국을 소국이라 칭하며 문화침탈과 한한령 보복을 일삼는 중국과, 남한을 겨냥한 핵무기 개발을 해온 북한에 굴종적이고 끌려가는 외교로 일관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멸공' 해시태그를 다는 챌린지는 이른바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요소) 정도로만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SNS 상 '밈' 정도로만 보자는 신중론도 제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 후보도 멸치랑 콩을 자주 먹는다고 반응할 정도로 가볍고 위트 있게 대응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오히려 후보 주변에서 후보의 행동을 깊게 관찰하는 사람이 챌린지를 이어나가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멸공' 챌린지라는 자발적 흐름이 형성되는 것은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낫다"며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달라붙어 무엇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역반응이 나올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선대위 회의 참석 후 '멸공'과 관련해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을 뿐 답하지 않음)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멸공' 챌린지와 관련해 "한동안 흩어져 있던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 효과는 있겠지만 중도로의 학장 효과는 없다고 본다"며 "대선에서도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