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민간인 사찰' 파장… 이번엔 윤석열 팬클럽에 미성년자인 한동훈 가족까지국내외 기자 170여 명, 50대 가정주부도 통신조회… 언론사찰 넘어 민간사찰 '심각'한동훈 "정상적 수사 방식 아니야… 선량한 국민을 겁주고 불안하게 하는 것"공수처, 뉴데일리 기자 9명도 11회 통신자료 조회… 그중엔 서울시 출입기자도 포함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문재인정부 수사기관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무차별적으로 사찰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찰·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수사 사건과 무관한 민간인들까지 대상으로 하여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사실이 연이어 밝혀지고 있다. 

    공수처는 국내외 언론인은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팬클럽 회원과 한동훈 검사장의 미성년 자녀의 통신자료를 조회했고, 검·경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 법률대리인의 통신자료도 살펴본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수처는 외신을 비롯한 국내외 기자 170여 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공수처의 사찰 대상에는 본지 기자들도 포함됐다. 본지 정치·사회·법조팀 기자들이 각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 조회 제공 내역을 확인한 결과, 공수처는 지난 3일까지 본지 기자 9명의 통신자료를 11회 들여다봤다.

    공수처, 본지 기자 9명 통신자료 11회 조회

    국내에서는 뉴데일리·TV조선·중앙일보·조선일보·동아일보·채널A·뉴시스·문화일보·뉴스1·JTBC·경향신문·한국일보·아시아투데이·MBN 등 20여 곳이 넘는 언론사의 기자들이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 당했다.

    특히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수처는 중앙일보의 취재·편집·보도 관련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편집국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도 들여다봤다. 

    공수처는 또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등 외신기자 3명의 통신자료도 수집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3일 온라인판에서 "한국 공수처가 서울지국 소속 한국인 기자 1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공수처를 비판했다.

    앞서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서울지국 기자들도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 당했는데, 이들은 공수처를 출입하거나 취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50~60대 가정주부 통신자료도 조회한 공수처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언론을 넘어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됐다. 공수처 수사3부는 2021년 10월5일 서울 종로구에 사는 50대 가정주부 김모 씨의 휴대전화 가입자정보(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등)를 통신사로부터 넘겨받았다.

    김씨는 2020년 8월 무렵 한 포털사이트의 윤 후보 팬클럽에 가입했는데, 공수처는 김씨를 포함해 이 팬클럽 회원 3명의 통신자료를 살펴봤다. 회원 3명은 서울에 거주하는 50~60대 주부로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은 물론, 윤 후보와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고 연락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아내 및 미성년인 자녀도 통신조회 당해

    공수처는 아울러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과 변호사로 활동 중인 그의 아내 및 미성년인 자녀의 통신자료도 조회했다. 

    공수처는 이와 함께 지난해 8~10월 한 검사장의 팬카페 '위드후니'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통신조회도 진행했다. 조회 당한 한 회원은 50대 주부로, 한 검사장과 통화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검사장은 "정상적인 수사방식이 아니다"라며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로 엄격히 한정된 공수처가 동호회 활동을 하는 순수 민간인들을 무차별 통신조회하는 것은 선량한 국민을 겁주고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검사장은 그러면서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떤 절차를 거쳐 이런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는 마음에 안 든다고 마구잡이로 털고 겁주는 것이 정상적인 수사방식이자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 김기윤 변호가 지난 2020년 6월 윤미향 무소속(과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후원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모습. ⓒ뉴데일리 DB
    ▲ 김기윤 변호가 지난 2020년 6월 윤미향 무소속(과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후원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모습. ⓒ뉴데일리 DB
    '피격 공무원 유족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일괄조회'

    검찰과 경찰도 민간인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을 변호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10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지검·인천지검·서울서초경찰서 등 4곳의 수사기관이 나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해양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피살 공무원 A씨의 사망할 당시 해경과 해수부가 작성한 보고서 등을 대상으로 공개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해왔다. 또 A씨가 사망할 당시 '정신적 공황상태였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해경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0월28일에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을 도와 헌법소원을 진행한 바 있다. 2020년 6월에는 위안부 할머니 후원자들을 대리해 '후원금 유용 의혹'을 받는 윤미향 무소속(과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후원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기윤 "정부 비판 인사들 묶어서 들여다본 것… 박범계가 사찰 이유 밝혀라"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통신자료를 지난해 6월9일과 11월8일 각각 한 차례씩 통신자료 살펴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인천지검이 정 부회장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요청했을 때의 공문서 번호는 '2021-6207'로 김 변호사의 것과 일치한다.

    김 변호사는 "인천지방검찰청이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경제계 인사와 현 정부에 부담되는 법조인에 대한 통신자료를 한 개의 공문서로써 일괄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은 김기윤 변호사에 대한 통신자료를 사찰한 이유를 해명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