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서에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 주실 것"… 野 "민정수석 권한남용을 스펙 삼아"
  • ▲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아들 입사지원서로 '아빠 찬스' 논란을 빚은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를 수용했다. 문제가 보도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신속한 결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진국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며 "김 수석이 오늘 출근 즉시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즉각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국 수석은 지난 3월 문재인 정부 다섯 번째 민정수석으로 인선됐다가 9개월만에 사퇴했다. 역대 민정수석들이 짧은 기간동안 재직하다 사의를 하게 됐다는 지적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께서 느끼는 정서 등을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전날 MBC에 따르면 김진국 수석의 아들은 여러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내며 "아버지께서 현 민정수석이신 김진국 민정수석이십니다"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 드리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겁니다" 등의 내용을 써낸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해명

    또한 김진국 수석 아들은 현재 다니는 회사에 취업 이후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는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국 수석은 해당 매체에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해명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진국 수석 친형의 글을 게재했다. 김 수석의 친형은 "제 조카가 고교 때부터 조현병이라는 정신분열증이 발병하여 15년간 삼성병원 입·퇴원 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고 지내다 이번에 누가 보아도 정신나간 행동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김진국 수석 사의를 즉시 수용한 것은, 청년들이 민감해 하는 공정성 문제의 여파로 커질 레임덕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아들의 도박 파문·성매매 의혹 악재를 맞은 상황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5개월 남은 시점에서 민정수석 후임자를 찾아야 할 과제가 남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후임 인사에 대해 "아직 논의·계획한 바 없다"고 말했다.

    김진국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무엇보다 먼저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아버지로서 부족함이 있었다"며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는 적어도 가족과 관련해 한점의 오해나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여겨서 떠난다"며 "마지막까지 대통령님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정말 송구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文 정권 민정수석 잔혹사, 문제는 임명권자"

    야권에서는 김진국 수석의 아들 입사지원서 논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다주택자 논란으로 사퇴한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의 사례를 들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 정권의 민정수석 잔혹사를 지켜보니, 이쯤 되면 문제의 본질은 당사자뿐 아니라 임명권자에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지적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진국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나 국민들 마음은 씁쓸할 뿐"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평등, 공정, 정의'는 임기 말에 이르러 대국민 헛소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 이번 일로 더욱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의 권한남용을 스펙으로 삼은 신박한 자기소개"라며 "지원서 전체를 정권 실세의 아들이라는 특권의식으로 도배해 놨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