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호남서 8일 16.6% → 15일 27%… 박근혜, 2012년 호남서 10.5% 얻고 당선민주당, 경선 뒤 호남 민심 이반에 초비상…"이낙연이 나서면 충분히 상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호남에서 20%대 지지율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역할론'이 부상했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의원은 23일 통화에서 "우리 당의 전통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빠지는 것은 양자대결로 흐를 수 있는 대선에 매우 좋지 못한 징조"라며 "경선 과정의 상처가 아물지 못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이낙연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 전 대표가 대선 국면에 나서 주기를 바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 민심 일부가 윤 후보에게 넘어간다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8일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다자대결 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호남권에서 16.6%를 기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은 53.0%였다. 일주일 후인 지난 15일 윤 후보의 지지율은 호남에서 10.4%p 급등해 27%의 지지를 얻었다. 이 후보는 62.8%의 지지율을 보였다. 

    22일 같은 조사에서는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8.7%p 내렸지만 20%에 육박하는 18.3%를 기록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64.4%였다. 

    뉴데일리와 시사경남 의뢰로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실시하는 정례 조사에서는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0%대로 나타났다. 당 경선 이후 윤 후보는 호남에서 22.0%(7일)→22.8%(14일)→27.8%(21일)의 지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이 후보의 지지율은 49.2%(7일)→ 59%(14일)→ 56.8%(21일)를 나타냈다.

    2012 대선서 박근혜, 호남 지지율 10% 얻고 당선

    민주당에서는 이런 현상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명낙대전'의 휴우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셨던 분들이 상심한 마음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며 "대선에서 호남 민심의 풍향계가 중요한 만큼 이 부분을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서 보수 정당의 득표율은 승패와 직결됐다. 특히 양자구도에서 승패를 가르는 위력을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자대결로 펼쳐진 2012년 18대 대선 때 호남에서 89.9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10.5%였다. 1987년 직선제 이후 보수 정당 후보가 호남에서 득표율 10%를 넘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18대 대선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51.6%의 득표율로, 문 대통령(48.0%)에 불과 3.6%p차 신승을 거뒀다.

    "이낙연에 호소하려면 이재명이 삼고초려해야"

    다자구도였던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호남 득표율은 61.99%로 떨어졌다. 당시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28.2%)가 호남 득표율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수 정당 후보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2.52%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호남 득표율이 18대 대선보다 하락했지만 나머지 호남 표심이 결국 보수 정당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안 후보에게 흘러 들어간 것이다. 결국 문 대통령(41.1%)은 다자구도 상황에서 홍준표(24%)·안철수(21.4%)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민주당이 기대를 거는 이 전 대표는 현재 전국을 돌며 과거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은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 이후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 호소하려면 이재명 후보가 더욱 성의를 보이고 삼고초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호남의 지지율이 빠지는 부분은 이 후보가 그런 점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