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분양업자 "김만배·남욱에 43억… 쇼핑백에 현금, 또는 계좌로 보내""43억 일부는 이재명 시장 재선 선거비, 일부는 대장동 사업 인허가 로비에 쓰여"남욱·김만배, 혐의 부인… "허무맹랭한 얘기, 전혀 사실무근" 이재명도 부인법조계 "대장동 수사 이대로 끝내면 검찰도 죽는 것… 자연스럽게 특검으로 갈 듯"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대장동 5개 지구 아파트 분양을 담당했던 분양대행업체 대표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에게 43억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 중 일부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재선 선거운동 비용으로 쓰였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등 구속 기소로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던 대장동 개발 의혹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인척 이모 씨 계좌 내역 등 통해 43억원 전달 사실 확인

    1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의 계좌 내역 등을 통해 이씨로부터 43억원이 남 변호사와 김씨 쪽으로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남 변호사 등에게 전달하거나 김씨 주변 인사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던 박 전 특검의 인척으로, 대장동 5개 지구 아파트 분양을 독점해 특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43억원과 관련해 대장동 사업 관계자로부터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건넨 돈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재선 선거운동 비용으로, 이후 전달된 돈은 대장동 사업 인허가 로비 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검찰은 이 돈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 캠프 또는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를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규, 이재명 재선 당시 성남도공 나갔다 재입사 경위 주목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4월 공사를 그만두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후보 캠프에 합류했다가, 이 시장 당선 이후인 같은 해 7월 공사에 재입사한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4~8월 남 변호사로부터 3억5200만원을 받는 등 '대장동 일당'과 이미 유착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작성한 유씨 공소장에 따르면, 유씨는 2013년 3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땅 못 사는 것 있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남시는 2014년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대장동 개발사업 업무를 위탁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초 대장동 일당들이 설계했던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사업이 계속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이씨가 건넨 43억원이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허무맹랑, 사실무근"... 남욱·김만배 "로비용 아니다"

    남 변호사와 김씨는 이 돈을 "로비가 아닌 사업비로 썼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측은 이와 관련 "선거철마다 나오는 허무맹랭한 얘기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조선일보에 밝혔다.

    하지만 이씨가 건넨 43억원의 일부가 실제로 대장동 각종 인허가 로비에 사용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성남시나 성남시의회, 또는 현 여권 인사를 상대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로비가 있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이씨를 불러 이와 관련한 보강수사를 벌였다.

    이씨는 조선일보에 "43억원을 남 변호사 등에게 전달한 것은 맞고, 전달 당시에는 돈이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조선일보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43억원과 관련한 진술로 검찰 수사는 다시 '윗선'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장동 수사팀은 지난 4일 김씨를 구속했지만, 오는 22일 구속기간 만류를 앞두고 김씨 등을 재판에 넘기는 것을 끝으로 이 후보 측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마무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에게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수사팀은 '윗선' 수사는 사실상 손을 놓은 분위기였다.

    검찰 "이재명 선거용으로 사용" 진술로 추가 수사 불가피

    여기에 김씨가 건강상 이유를 들어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은 데다, 대장동 수사팀 부장검사 등 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대장동 관련 수사는 이번주 초까지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후 지난 17일 수사팀은 곽상도 전 의원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듯 보였으나 '이 후보의 배임 혐의 수사에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장동 일당에게 전달된 43억원 가운데 일부가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지원에 사용됐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추가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해당 진술을 확보한 이상 검찰이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로서는 모든 사람이 윗선은 이재명 후보라고 얘기하는데 확인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면서도 "다만 윗선 수사는 특검이 아닌 이상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검찰이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덮고 가겠다 하면 검찰도 죽고 이 후보도 같이 죽는 것"이라고 경고한 이 변호사는 "검찰이 더 이상 수사를 못하겠다고 손을 들더라도 그냥 덮일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럽게 특검으로 수사 넘어갈 것"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제는 눈덩어리가 구르다 감당할 수 없는 큰 덩어리가 됐다"며 "그 일면이 이제야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이 상황에서는 검찰도 무조건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검찰은 수사할 의지가 없어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특검으로 수사가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증언이 나온 것과 관련 "이제 대장동 의혹 연루자들도 뭔가 털고 가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죽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면서 "그런 전략적인 부분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