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대구급 신형 호위함 ‘천안함’ 명명… 대잠·대공 역량 향상된 2800t급 전투함최원일 함장 등 생존장병 대부분 진수식 불참…“쇼에 이용당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 신형 호위함 가운데 2번째로 진수한 경남함. 새 천안함도 같은 모습이다. ⓒ해군 제공.
    ▲ 신형 호위함 가운데 2번째로 진수한 경남함. 새 천안함도 같은 모습이다. ⓒ해군 제공.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새 ‘천안함’ 진수식을 가졌다. 

    행사에 초대받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전우회 회원 대부분은 이날 진수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천안함 음모론’을 담은 유튜브 영상과 관련 “문제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항의다.

    현대중공업에서 ‘천안함’ 진수식… 잠수함도 잡는 2800t급 호위함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신형 호위함(FFX Batch-II), 일명 대구급 호위함 7번함의 진수식을 가졌다. 

    서욱 국방장관은 축사에서 “천안함을 부활시켜 영웅들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이 지켜졌다”며 “오늘 진수한 천안함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여 대한민국의 이름을 더욱 빛내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구급 호위함은 1980년대부터 근해를 지켜온, 배수량 1500t 규모의 울산급 호위함(FF)과 배수량 1000t 규모의 포항급 초계함(PCC)을 대체하기 위해 건조한 함정이다. 길이 122m, 폭 14m, 배수량 2800t급인 천안함은 5인치 함포 외에 함대함미사일·전술함대지미사일·근접방어무기(CIWS)를 갖추었으며, 해상작전헬기도 1대 탑재한다.

    평소에는 전기 모터를, 긴급상황시에는 가스터빈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는 적 잠수함에 포착될 위험성을 대폭 낮췄다. 또한 천안함은 선체고정음향탐지기(HMS·Hull Mounted Sonar)와 예인선 배열 음향탐지기(TASS, Towed Array Sonar)를 탑재해 과거의 천안함과 달리 먼 거리에 있는 적 잠수함도 탐지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잡아낸 적 잠수함은 해상작전헬기와 장거리 어뢰인 홍상어로 파괴한다.

    7번째 진수하는 신형 호위함… 해군의 세 번째 천안함

    해군은 호위함에 특별시와 광역시, 도 또는 도청소재지 지명을 붙인다. 이에 따라 신형 호위함들은 진수한 순서에 따라 대구함(1번함)·경남함(2번함)·서울함(3번함)·동해함(4번함)·대전함(5번함)·포항함(6번함)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천안함은 지난 3월 해군 함명제정위원회의 회의에서 붙인 이름이다.
  • 지난 6월 천안함 명예회복을 위한 1인 시위 당시 최원일 전 함장. ⓒ강민석 기자.
    ▲ 지난 6월 천안함 명예회복을 위한 1인 시위 당시 최원일 전 함장. ⓒ강민석 기자.
    해군은 이전에도 두 차례 천안함이라는 이름을 썼다. 첫 번째는 1946년 미국에서 인수한 상륙정(LCI-101)이었다. 이 배는 1953년 퇴역했다. 두 번째가 1988년 취역한 천안함(PCC-772)이다. 천안함은 제1연평해전에도 참전하는 등 맹활약을 하다 2010년 3월26일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 인양한 선체는 해군 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 전시 중이다.

    새 천안함은 진수식 후 시운전 평가를 거쳐 2023년 해군에 인도된다. 전력화 과정을 마치면 실전배치된다.

    최원일 전 함장 “천안함 음모론 방조하는 현실… 쇼에 이용당하지 않겠다”

    한편 최원일 전 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폭침 당시 생존자들은 이날 진수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천안함 음모론’을 담은 유튜브 영상과 관련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항의 표시다. 이 영상에는 “천안함은 좌초됐다”는 주장을 11년째 펼치는 신상철 씨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 전 함장은 “군 당국의 초청은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모론을 방조하는 현실에서 쇼에 이용당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천안함 음모론이 담긴 유튜브) 방송을 금지하지 않는 현실에서는 (천안함이) 부활해도 내가 가서 박수 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천안함전우회 측도 “생존장병들 전원 진수식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손정목 천안함재단 이사장, 이성우 천안함유족회장 등 전사자 유족은 일부 진수식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