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남도공 관계자 진술 확보… "환수 조항, 오전 10시 초안에 넣었지만 오후 5시에 빠져"이재명 '환수 조항' 알았나 여부에 말 계속 바꿔… "몰랐다"→"건의는 있었다"→"몰랐다"
  • 성남도시개발공사. ⓒ강민석 기자
    ▲ 성남도시개발공사. ⓒ강민석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에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문서상으로 보면 삭제된 것이 맞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8일 행안위 국감에서 "대장동 개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삭제'가 아니라 초과이익 환수 건의를 채택 안 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

    21일 국민일보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로부터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었다가 이후 빠진 것이 맞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가 검찰 조사에서 "(이 조항이 오전) 10시에는 들어가 있었고 (오후) 5시에는 빠졌다"고 진술했다고도 전했다.

    오전 10시 초안에 담겼던 '초과이익 환수' 조항… 7시간 뒤 사라져

    국민일보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은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성남의뜰 컨소시엄과 협의한 뒤 사업협약서 초안을 작성해 이를 2015년 5월27일 오전 10시34분 전략사업실에 보내 검토를 요청했다. 

    당시 협약서 초안에는 "민간 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상회할 경우 지분율에 따라 (이익금을 배분할) 별도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포함됐지만, 7시간 뒤인 오후 5시50분에 이 내용이 삭제됐다.

    이 관계자는 "삭제였느냐, 미채택이었느냐 하는 부분에서 다른 시각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제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기안에 있던 내용이 이후 삭제됐고 다시 올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도 7시간 사이 해당 조항을 삭제한 윗선이나 경위는 모른다고 밝혔다.

    이재명 '환수 조항' 알았나 몰랐나… "몰랐다"→"건의는 있었다"→"몰랐다"

    이 지사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와, 그것을 알았는지와 관련해 말을 번복해왔다. 이 지사는 지난 9일에는 "환수 조항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러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가 아니라,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게 팩트"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난 20일 국토위 국감에서는"당시 보고받은 바는 없고 (건의가 있었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18일에는 '건의가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투였다가 20일에는 '건의 자체를 몰랐다'는 취지로 말을 바꾼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민간 사업자(화천대유자산관리 등)의 이익을 뒷받침한 근거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항이 누락된 이유가 '고의 삭제'일 경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의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대로 타당한 이유로 '미채택'됐을 경우에는 배임죄 성립 여부가 불투명해진다고 본다.

    법조계 "환수조항 고의 삭제 시, 이재명 '도의적 책임'"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고의적으로 삭제된 것이 드러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될 경우,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을 임명했다는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추후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가 '무죄'로 확정될 수는 있겠으나, 대선기간에는 이 지사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서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실무진의 건의가 최소 2차례 정도 있었다고 본다. 두 차례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위와 함께 이 시기를 전후로 대장동 의혹에 얽힌 핵심 관계자들의 자금 흐름도 추적 중이다.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문서들의 상신 및 결재 과정, '삭제' 진술 등을 묶어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을 통해 성남시에 천문학적 피해를 입혔다고도 본다. 검찰이 청구한 이들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배임 액수가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