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농지법 위반' 권익위 발표에… 윤희숙 "제가 책임지는 방식" 의원직 사퇴이준석 "연좌 형태로 의혹 제기한 것은 참 야만적… 윤희숙 책임질 일 없어"의원 본인 부동산 의혹에도 버티는 김의겸과 비교… 석동현 "얼굴에 철판"
  • ▲ 국민권익위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회견장을 찾아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국민권익위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회견장을 찾아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친이 농지법 위반 혐의를 받은 것과 관련해 의원직 사퇴와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 지도부는 즉각 사퇴를 만류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좌의 형태로 의혹을 제기한 것은 야만적"이라며 권익위 조사를 비판했다.

    권익위 조사 후 의원직 사퇴 의사를 내비친 의원은 윤 의원이 처음이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등 자신이 직접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는 가운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희숙, 의원직 사퇴와 차기 대선 불출마선언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 시간 부로 대통령후보 경선을 위한 여정을 멈추겠다"며 "국회의원직도 다시 서초갑 지역구민과 지역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 그것이 염치와 상식의 원칙을 지켜온 제가 염치를 지키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소재 논 1만871㎡를 사들였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윤 의원 관련 의혹이 의원 자신이 아닌 가족과 관련됐고, 충분히 의혹이 소명됐다고 판단해 탈당 권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저희 아버님은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는 소망으로 2016년 농지를 취득했으나 어머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는 바람에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하셨다고 한다"며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공무원 장남을 항상 걱정하시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에서도 이런 사실관계와 소명을 받아들여 본인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혐의를 벗겨줬다"고 밝힌 윤 의원은 "그러나 권익위 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 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며 "이번 권익위의 끼워 맞추기 조사는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정권교체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대선 승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위해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인 윤 의원은 "그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우스꽝스러운 (권익위) 조사 때문이기는 하지만, 정권교체의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눈물 보인 이준석 "사퇴 재검토해야"

    윤 의원 기자회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허은아 수석대변인, 최형두·김미애·이종성 등 의원이 자리했다. 회견 후 손을 맞잡은 이 대표와 윤 의원 모두 눈물을 보였다. 일부 의원이 윤 의원의 사퇴 기자회견을 말리기 위해 의원실 앞에 대기하기도 했으나,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상 회기 중에는 무기명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게 하고, 회기 중이 아닐 때는 국회의장의 허가에 따른다.

    윤 의원은 회견 후 본회의에서 의원직 사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다수당인 민주당이 자당 대선후보들을 가장 치열하게 공격한 저를 아주 즐겁게 통과시켜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정치권에서 완전히 떠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제가 책임지는 방식이 의원직 사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당 지도부는 즉각 만류했다. 이 대표는 "윤 의원 개인이 소유하거나 (농지법 위반 의혹) 행위 주체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좌의 형태로 이런 의혹을 제기한 것은 참 야만적"이라며 "윤 의원이 책임질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 정중하게 이번 결정을 재검토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의원의 아버지가 했다는 것은 한국농어촌공사가 하는 농지임대수탁사업에 따른 농지 임대인 것 같다"며 "이것은 부재지주가 늘어나는 우리 현실에서 농지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제도다.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마치 대리운전시켰는데 음주운전으로 고발한 격"이라고 권익위 조사를 비판했다.

    업무상 비밀 의혹 제기된 김의겸은 잠잠

    권익위 조사 후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의원은 윤 의원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가족 관련 의혹에도 직을 내려놓은 윤 의원의 결단이, 의원 자신이 직접 연루된 부동산 관련 의혹에도 버티는 여권 인사들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열린민주당은 권익위 조사 결과 흑석동 상가 건물 매입 과정에서 업무상 비밀 의혹이 제기된 김의겸 의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실이 없다며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의원도 성명을 내고 "공직자가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샀다는 비판은 감수할 수 있지만, 공직을 토대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페이스북에서 "윤 의원의 허물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열 배 백 배 부끄러운 짓을 했던 자들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버티는 세상에, 윤 의원은 더 치열하게 계속 싸워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